교사들, 과도한 행정업무·저임금에 '울상'......."다음 생엔 안 해"

최근 무력감 느끼는 교사 늘어
업무 과중, 보상체계 부재 등 원인
학생지도·소통 부족으로도 이어져

# 1. 강원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하는 30대 장모씨는 최근 수업 준비 중 무력감을 느꼈다.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지만 장씨의 급여는 한 달 생활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다른 직종의 친구들에 비교하면 업무 강도도 강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우울함이 몰려들었다.

# 2. 전남 소재 중학교에 근무하는 김모(30)씨는 과도한 행정업무가 무엇보다 힘들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학생을 가르치려고 교사가 된 건지 공문처리 같은 행정업무를 하기 위해 교사가 된 것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했다.



15일 제43회 '스승의날'을 맞은 다수 교사들은 자기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모양새다. 제자들에겐 존경을, 학부모를 비롯한 주변인들에게 존중받았던 것과 달라진 인식 수준, 현실적으로 봤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급여 체계, 학생 지도 외 에도 과중한 업무 등이 문제로 꼽혔다. 사명감만 앞세워 일하기엔 버겁고, 생활하기도 빠듯하다는 목소리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13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교원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9.7%(2230명)에 그쳤다.

이런 응답 비율은 역대 최저치다. 2012년부터 교총이 진행한 전체 설문조사 중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반대로, 현재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교원 역시 21.4%(2422명) 수준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교직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1.7%)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4.0%)',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잡무(22.4%)' 등이 뒤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와 과중한 행정업무 및 잡무가 학생들 생활지도와 이외 모든 업무에서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행정업무 축소 등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교사들은 과도한 행정업무와 정신적·경제적 보상체계의 부재가 직업 만족도와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씨는 "업무 성과와 관련한 보상 체계가 미흡할 뿐 아니라 학교 행정 업무 자체가 성취감을 느낄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 어려운 점이 크다"면서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잘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무력감이 큰 것 같다"고 짚었다. 또 "업무 범위는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넓고 강도도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소재 중학교 2학년 교사 강모(29)씨도 "다수의 학생과 생활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러다 보면 모든 업무를 계획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며 "계획한 업무량과 수업이 있는데 도중에 생활지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몸과 마음에 정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르면 사범대 졸업 기준 초임 중등교사 기본급(수당 제외)은 월 224만7400원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중학교 3학년 교사로 있는 권모(28)씨도 "업무에 비해 낮은 급여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들 낮은 급여에 교직을 지킬지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학생들도 이런 교사들의 모습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상당수가 교사와의 소통 부족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 용화여고에 재학 중인 김모(18)양은 "교무실에 가면 선생님은 항상 업무에 시달리는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더니 "늘 바빠 보이는 선생님이 수시 상담을 해줄까 싶긴 했다"며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은 입시 상담을 당연히 사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 선정고에 다니는 이모(17)군도 "항상 바쁜 선생님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다"면서도 "면담 요청 한번도 눈치 보인다. 사교육 도움 없이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커질수록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도 이어지는 셈이다.

조사에 참여한 교사들은 가장 시급한 정책적 개선사항을 묻자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 보장·보호 강화'(39.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교육활동과 무관한 교원의 비본질적 행정업무 이관·폐지(24.1%)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감축 등 교육여건 개선, 정규 교원 확충(11.9%) ▲학교·교원에 대한 존중 문화 확산(11.2%) 순으로 나타났다.

교원 정치 기본권 확대는 4.0%, 디지털 수업 전문성 향상은 0.4%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교총 측은 "정책 전환과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교원이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 국회, 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