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절차 없이 체포한 행위는 비례성 원칙 위반"
음주 운전 혐의를 받은 40대 남성이 임의동행 요구 없이 체포돼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5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나경선)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49)씨에게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7월 21일 밤 0시 6분께 대전 유성구의 한 지구대에서 경찰이 술 냄새가 많이 나고 보행 상태가 비틀거리자 19분 동안 3회에 걸쳐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전날 저녁 세종시에서 회식 후 술을 마신 채 차량을 운전해 유성구로 이동했고 비틀거리며 운전하자 이를 발견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을 주차한 A씨는 경찰의 음주감지로부터 감지가 됐고 현행범으로 체포돼 지구대로 이동한 상태에서 음주 측정 요구를 받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A시가 음주 운전 사실을 부인하며 다른 쪽으로 이동하려고 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블랙박스를 보면 피고인이 주점 앞을 3~4걸음 이동했을 뿐 적극적으로 현장을 이탈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목격자이자 신고자 역시 음주 측정을 거부하기는 했으나 현장을 벗어나려거나 도망가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피고인에게 음주 측정기에 의한 측정을 요구할 수 있었고 지구대로 동행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임의동행을 먼저 요구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함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임의동행을 요구해 보지도 않고 바로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며 피고인이 현장을 이탈하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체포에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고 순순히 지구대로 동행했다”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위법해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뤄진 음주 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음주 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범행 현장에서 음주 운전 사실을 부인하며 현장을 이탈하려고 해 도망 및 증거인멸 염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달리거나 빠른 걸음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경찰관들이 물리적으로 제지하려 했다면 충분히 즉시 제지가 가능했을 정도”라며 “이 과정을 지켜본 신고자 역시 피고인이 도망가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했고 임의동행 요구 절차 없이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비례성의 원칙 역시 준수하지 못해 원심 판단이 적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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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취재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