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6일 고온수 누수…7시간 난방 중단
서울시 감사위 "설계도면 누락, 불법 하도급"
지난해 1월 한파 속에 서울 노원구 2만여 세대 난방을 중단시켰던 묵동천 열수송관 누수사고가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6일 오전 영하 7도 한파 속에 노원구 화랑대역 묵동천 인근에서 열수송관 누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노원구 공릉동·신내동·양원지구 일대 2만3827세대 열 공급이 중단돼 온수·난방 공급이 7시간 동안 중단됐다.
누수 지점 근처에는 수증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 산책로 접근이 통제됐다. 파손된 배관에서 나온 뜨거운 물이 하천을 덮치면서 물고기 수백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사고 직후 서울에너지공사는 사고 원인으로 열수송관 노후를 지목했다. 공사는 한파에 온수 사용이 급증하면서 노후 배관 파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상은 서울에너지공사의 설명과 달랐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24일 발표한 '서울에너지공사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너지공사의 공사 감독자는 당시 열수송관 보수 공사를 발주하면서 설계도면을 누락했다.
이 감독자는 설계도면을 누락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이를 보완하지도 않아 각종 자재(고정볼트 등)의 정확한 규격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를 수주한 업체도 부주의했다. 이 업체는 계약문서에 설계도면이 누락돼 각종 자재 규격과 조립·설치 과정 등 구체적인 시공 방법을 알 수 없었지만 이를 계약 담당자나 공사 감독자에게 통지하지 않은 채 다른 2개 업체에 불법 하도급했다.
그 결과 불법 하도급을 통해 직접 공사를 하게 된 업체는 묵동천에 매설된 열수송관을 시공하면서 열수송관 구멍에 설치하는 장치의 고정볼트 일부를 적정 규격(지름 20㎜)보다 작은 규격(지름 18㎜) 볼트로 사용했다.
적정 규격보다 작은 볼트가 사용된 부분이 열수송관의 내부 압력을 버티지 못해 틈이 벌어지면서 약 100℃의 고온수가 묵동천에 그대로 유출됐다.
이 사고로 일대 주택가 2만3827세대와 소방서, 어린이집, 복지관 등 24개 기관에 약 7시간 동안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 묵동천에 서식하는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다. 온수 유출에 따른 에너지공사의 재산상 피해액은 1억173만원에 달했다.
이에 서울시는 관련자 6인에게 신분상 경징계(4인), 훈계(1인), 경고(1인) 등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시는 보수공사 수급업체에 대한 고발과 2년 이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그리고 수급업체와 하수급업체에 대한 5억원 이하 과징금 부과 등 조치를 취하라고 서울에너지공사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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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