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기' 속여 인육 배급하고 들키자 학살…진상규명해야"

일제강제노역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 간담회
태평양전쟁 일본군의 밀리환초 학살 사건 고발
희생자 55명 모두 전남 출신…"명예회복·사죄를"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 남태평양 밀리환초에서 벌인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학살 사건과 관련, 피해 규모를 뚜렷하게 파악하고 재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7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태평양 전쟁 당시 남태평양 밀리환초에서 일어났던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저항 과정과 이에 대한 일본군의 학살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과 함께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밀리환초 학살 사건은 일본이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5년 남태평양 마셜제도 밀리환초 내 체르본 섬에서 벌인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수십여 명에 대한 학살 사건이다.

앞서 일본은 1942년 초 전남에서 동원한 강제노역 피해자 800~1000여 명을 밀리환초에 군속 신분으로 배치하고 비행장 활주로 건설 등 군사시설 공사에 투입했다.

일본은 사지에 내몰린 조선인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일본군은 1945년 3월 말리환초에서 조선인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동료 조선인들에게 고래고기로 속여 식사로 배급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조선인들이 섬 탈출을 감행하자 일본군은 중무장한 토벌대를 보내 반란죄를 씌워 총살하기에 이르렀다. 사건 65년이 지난 2010년에서야 정부 조사보고서를 통해 조선인 55명이 희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일제의 태평양전쟁 당시 학살 만행을 연구해온 일본인 연구자 다케우치 아스토씨가 스스로 조사한 자료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기록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들을 통해 2010년 정부 조사 당시 확인된 희생자의 본적을 분석, 모두 전남 출신인 것을 파악했다. 광주와 나주, 장성, 영암 등 각지에서 모인 강제노역 피해자 중 담양 출신 희생자가 무려 25명에 달한다.

나아가 숨진 55명을 포함, 일본군의 강제노역에 숨진 희생자들의 수를 218명으로 확인하고 본적지를 분석했다. 피해자들의 본적은 광주와 장성, 담양, 영광 등 총 14곳에 달한다.



그는 "희생자 유 모씨는 일본군에 의해 반란죄가 덧씌워져 총살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3월 18일에 이르러서는 일본을 피해 달아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희생자의 기록도 파악된다"며 "생존자들은 미군의 상륙정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피해자들의 피해 인정 조사만 이뤄졌다. 피해 실태가 지역에 충분히 알려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적어도 이 사건으로 인해 숨진 분들의 본명이라도 명확히 하는 등 명예회복과 함께 진실된 의미의 추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내년인 2025년은 이 사건 발생 이후 80년이 되는 해다. 전쟁범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역사는 되풀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국언 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생존 피해 당사자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위로금을 받았지만 이는 정부의 도의적인 행동"이라며 "이 과정에서 일본은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떤 사죄 표명이나 진상규명 시도에 나선 적이 없다. 어떠한 역사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유골조차 못 찾고있는 유족도 있다. 실종되고 행방불명된 자들도 있다. 창씨개명돼 이름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자들도 많다"며 "이 사안에 대한 지역내 공유와 연대, 정치권의 관심이 진상규명 첫걸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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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