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운영 계획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 중 희망 지역 정해 지원
특별교부금 지역별 평균 약 5억원…3년 간 지급
사교육 경감 효과 거둘지는 지역 사업 알아봐야
교육부의 '사교육 없는 지역·학교'가 이르면 다음달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지역이 주도적으로 공교육을 통해 사교육을 대체하라는 취지인데 '우열반' 부활 등의 우려도 나온다.
16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최근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다음달부터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 내에서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교육부가 지난 1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발표했던 신규 사업으로 지난해 총액 27조1000억원을 기록했던 초중고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취지다.
정부가 특정 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시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대학 등이 스스로 사교육 수요를 대체할 교육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사걱세가 받은 해당 사업 운영계획 주요 내용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말 육성계획을 지역에 안내하고 이달 말까지 사업에 참여하려는 지역·학교 운영계획을 제출 받는다.
이어 다음 달 중 컨설팅을 통해 당초 구상이 지역 내에서 잘 반영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는 교육발전특구와 맞물린다.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으로 뽑힌 지역 중 참여를 희망하면 관할 시도교육청이 사업에 지원하게 된다.
'교육발전특구'는 비수도권 등의 지역 주도로 교육 여건을 확충해 인구유출을 막는 정책을 추진하면 정부가 재정과 규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2월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으로 광역시도 6곳과 기초시·군 43곳이 참여한 31개 단위를 지정한 바 있다.
이 중 사업 참여가 가능한 선도지역은 19개 단위다.
광역시도 단위에서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제주 6곳이 선도지구다.
기초 지자체 단독형 특구 단위는 ▲강원 춘천시 ▲강원 원주시 ▲강원 화천군 ▲충북 충주시 ▲충북 진천군-음성군(공동) ▲경북 포항시 ▲경북 구미시 ▲경북 상주시 ▲경북 울진군 9곳이다.
광역지자체가 지정하는 기초지자체 단위인 ▲경북 안동시-예천군 ▲경남 진주시·사천시·고성군·창원시·김해시·양산시·거제시·밀양시 ▲전북 익산시·남원시·완주군·무주군·부안군 ▲전남 나주시·목포시·무안군·신안군·영암군·강진군 등 특구 4곳도 선도지구다.
이들 지역에서 특정 학교나 학년 또는 세부 지역(읍·면·동) 등을 골라 사교육 없는 지역 및 학교를 육성한다.
선정된 지역 또는 학교는 3년 동안 특별교부금(지역교육현안) 평균 약 5억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지역의 지방비와 정부의 규제 특례도 적용 받을 수 있다.
선정 지역 또는 학교는 사교육비 경감과 학부모·학생 만족도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성과가 미흡한 경우 지원을 끊을 수도 있다.
사교육 경감 실효성을 따지려면 각 시도교육청 등 지역이 어떤 방식의 대책을 제출했는지, 그리고 시범지역 선정 결과에 따라 어떤 대책이 추진될지가 관건이다.
교육부가 이 사업과 관련해 예시로 ▲디지털 기반 맞춤형 교육(에듀테크) ▲초등 늘봄학교 확대 ▲방과후 자기주도학습 ▲교원·대학생 멘토링 등을 지역에 제시한 만큼 이런 사업들을 재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학력 증진 내지는 명문대 합격률 같은 경쟁을 부추기고 비교육적이라는 논란을 살 수 있는 목표에 과도하게 집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경원 사걱세 정책실장은 "(이 사업의) 관건은 내용 면에서는 지역 차원의 우열반 여부, 선정 절차 면에서는 교육부 컨설팅"이라며 "(지역에서) 교육적으로 부적절한 내용을 신청할 경우 교육부 컨설팅 과정에서 얼마나 조정 및 보완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업이 사교육 경감 효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교육계에서는 당장 올해 상반기 동안에만 의대 모집인원이 전년 대비 약 1500명 늘어났고 무전공 및 첨단분야 증원 등이 맞물리며 혼란이 크다는 우려가 있다.
송 실장은 "수험생과 학부모는 불안해 학원 마케팅으로 향할지 모른다"며 "의미 있는 대입정보 제공과 초등 의대반 실태점검을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사업에서 추진하면 좋겠지만 그럴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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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