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게양대 우려에 "필요하면 더 높일 수도"
"우리나라에 아마 가장 높은 태극기 될 것"
일각에선 '국가주의, 전체주의 고양' 비판도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초대형 태극기를 게양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앞으로 광장이 더 많은 국가상징조형물로 채워지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5일 오전 서울시청 6층 영상회의실에서 인천상륙작전, 9·28 서울수복작전에 모두 참여한 3명 등 참전용사 7명과 간담회를 열고 국가상징조형물 건립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태극기가 우리 역사에 굽이굽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우리들에게 굉장히 용기를 준 가장 큰 좋은 상징물"이라며 "이 상징물을 광화문광장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높이로 하나 세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있는 태극기 중에 제일 높은 게 구리 남양주 쪽에 있는 70~80m 되는 것"이라며 "(광화문광장에 세워지는) 이것은 100m 정도 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아마 가장 높은 태극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이 연간 2000만명 정도 방문하는 상징 공간이 됐다"며 "여기에 이런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만들어 우리 6·25 참전 용사분들을 비롯해서 나라를 위해서 헌신 호국하신 분들 영혼을 기리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슴 깊이 새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게양대 높이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김승원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인근 외교부 청사가 92m라서 100m로 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100m면 충분하다"면서도 "경복궁이나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을 가릴 수 있어서 설계 과정에서 더 높아질 수 있다. 주변 건물보다 높게 하고 잘 보이게 하기 위해 필요하면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태극기 게양대 사업은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함께 추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본부장은 "2023년도 서울시와 국토부 국가건축위원회가 MOU(업무협약)를 맺어서 추진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며 "이것을 시작으로 광화문 관련 국가상징시설을 여러 가지 더 만들 것이다. 이게 최초"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에 찬성 의견이 더 많다며 2022년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여론조사에서 85%는 긍정적이었다"며 "민주화 항쟁 등 중요할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가 상징성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목한 여론조사는 2022년 실시됐다. 한국리서치가 2022년 8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냐'고 물은 결과 57%가 매우 긍정적, 28%가 긍정적인 편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는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찬반을 묻는 조사는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건립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상시 설치하는 방안은 과거에도 추진된 바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국가보훈부(당시 국가보훈처)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를 상시 게양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박원순 시장이 재임하던 당시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영구적으로 설치하는 것에 반발해 무산됐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시민이 주도해야 하는 광장을 관이 장악하려 한다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초대형 태극기가 자칫 국가주의와 전체주의를 고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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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