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초대형 태극기에 "충성만 강조" 반대 민원

"모든 시민 자유롭게 이용하는 열린 공간 돼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00m짜리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계획에 반대한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김모씨는 전날 시민 정책 제안 사이트 '상상대로 서울'에 올린 글에서 "지난 6월25일 서울시가 발표한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100m 높이의 대형 태극기와 '꺼지지 않는 불꽃'은 과거 독재 정권 시절 볼 수 있었던 과도한 국가주의 상징물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이어 "광화문 광장은 한국 사회의 여러 역사적 사건 속에서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가 분출되는 공간이었다"라며 "광화문 광장의 다양한 역사적 기억을 억압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만을 강조하는 공간 조성 계획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열린 공간으로서 광화문 광장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광화문광장이 국가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유지되기를 원한다"며 "서울시는 이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시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광장의 미래를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씨의 글에는 27일 오전 9시 기준 121명이 공감을 표했다. 공감 건수가 50건을 넘어서면 서울시 담당 부서는 의무적으로 답변을 내놔야 한다.

이 글에는 "높이 세운다고 높아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러지 못함을 보여줄 뿐", "시민의 공간에 서울시 임의로 상징물을 설치하는 걸 자제해 주세요. 예산을 들여 거대 건축물(서울링 등)을 설치하려는 시도를 계속해나가네요", "매번 서울시장의 결정만 있고 서울시민이 그걸 원하는지 묻지도 않네요" 등 댓글이 달렸다.

일부 반대에도 오 시장은 계획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에 이어 소나무 숲을 광화문광장에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한민족을 상징하는 팔도의 소나무로 태극기 게양대 일대에 소나무 숲을 조성해서 명실상부한 국가상징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진정한 의미의 명소가 되기 위해 세종로 공원 일대의 지상과 지하에는 다양한 먹거리 장소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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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