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 여기선 피해자, 저기선 피의자…"도우려면 구분부터 명확히"

상담지원이 대부분…피해 입증 돕는 법률지원 미미
피해자 구분 모호해…처벌 대상인 동시에 보호 대상
피해자→행위자 돼 처벌 받은 사례도…85건 중 45건
여가부 "업주 보복·강압수사 우려해 지원 꺼리기도"

여성가족부의 성매매피해자 지원 예산이 최근 5년간 증가한 가운데, 처벌 대상인 성매매 행위자와 보호 대상인 피해자의 구분이 모호해 관련 지원의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피해자를 판별하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성매매피해자 지원사업 개선을 위한 입법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여가부의 성매매피해자 지원 예산은 2019년 약 144억원에서 지난해 181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원을 받는 성매매피해자의 수도 2019년 12만7553명에서 지난해 14만5521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상담지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상담지원 건수는 총 12만7553건 중 6만1554건, 지난해는 14만5521건 중 9만5786건으로 절반 이상 혹은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반면 사회복귀 등 실질적 구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지원, 직업·진학 교육 등은 감소했다. 성매매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돕는 법률지원은 증가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의료지원은 2019년 1만9624건에서 지난해 1만5997건으로 줄었다. 직업·진학 교육은 2019년 2만8483건에서 지난해 1만8336건까지 줄어들었다. 법률지원의 경우 2019년 1만7892건, 2020년 1만8806건, 2021년 1만9663건, 2022년 1만4867건, 2023년 1만5402건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진 소폭으로 증가했으나 그 후로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이 같이 상담을 제외한 다른 지원이 미미한 이유로 성매매 피해자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 꼽힌다.

법무부가 주관하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과 여가부의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피해자 보호법)이 피해자를 규정하는 지점에서 충돌한다.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피해자는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 당한 사람 ▲업무관계, 고용관계, 그 밖의 관계로 인해 보호 또는 감독하는 사람에 의해 마약, 항정신성의약품 또는 대마에 중독돼 성매매를 한 사람 ▲미성년자 등 일정 요건을 갖출 때만 성립된다.

성매매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된다. '성을 파는 행위'가 본인 의사에 따른 것인지 엄격히 구별한 뒤 처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성매매처벌법상 처벌 대상인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이 성매매피해자 보호법에서는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성매매피해자 보호법의 대상이 되는 성매매피해자는 '성매매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으로 규정된다. 즉 성매매처벌법상 처벌 대상인 '성을 파는 행위'가 성매매피해자 보호법에서는 보호 및 지원을 받게되는 셈이다.

실제 성매매 피해자가 성매매 행위자로 바뀌어 처벌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2022년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에서 성매매 지원기관 36개소에서 85건의 사례를 취합해 조사한 결과, 성매매 피해자로 보고 법률지원을 제공했으나 성매매 행위자로 조사를 요구 받거나 처벌 받은 사례가 절반 이상인 45건으로 집계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성매매 문제에 대한 대응이 일관된 방향 속에서 종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법상 성매매피해자 규정은 현실 세계의 성매매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아 실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을 포섭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여가부는 "성매매피해자보호법의 취지는 성매매 산업의 구조적 확장을 막고 성매매 사슬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며 "특히 사회적 편견 등으로 고립돼 사회 복귀에 실패한 이들이 낙오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상담지원은 지원시설 및 상담소를 처음 이용할 경우 피해 상황에 대한 상담을 통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우선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현장에서는 피해자들이 업주나 조직 등으로부터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수사기관의 강압·편향적 수사로 수사기관을 불신해 법률 지원을 꺼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의원은 "지금처럼 '성매매를 하면 국가가 지원한다'는 개념으로는 성매매 여성을 사회로 복귀시킬 수 없다"며 "성매매 피해자와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명확히 구분해야 진짜 도움이 필요한 피해 여성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폭력·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여성긴급전화1366(국번없이 ☎1366)에 전화하면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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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