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려고 했는데 내 돈 어떡해"…위메프로 몰려온 피해자들

티몬,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발생하자
위메프 본사엔 환불받는 피해자로 가득
"알바로 모은 수백만원 잃고 여행 포기"
"지금 망한 회사한테 돈을 어떻게 받나"

"여행 가려고 했는데 계속 기다려도 안 불러요. 내 돈 어떻게 해요…"

"연차 쓰고 왔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너희들이 일 못해서 나도 일 못하고."

25일 오전 8시50분께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는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로 아수라장이었다. 한 젊은 여성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어떡하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중년 남성은 데스크 직원에게 항의하며 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른 아침부터 본사를 찾은 피해자들만 100명이 넘었다.



온라인마켓 티몬, 위메프 등 큐텐(Qoo10) 계열사들이 판매자들에게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판매자들이 상품 판매를 취소하거나 중지하고 나섰다. 소비자들이 그 피해를 떠안았다.

이날 뉴시스가 만난 피해자들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연차를 쓰거나 출근을 미루고, 또 오전 4시30분부터 와서 오랜 시간 대기하는 등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겼다.


직장인 김선영(35)씨는 출근했다가 상사의 허락을 받고 위메프를 찾았다. 김씨는 전날 여행사 문자를 받고 나서야 위메프·티몬 사태의 피해자라는 걸 알았다. 그는 여행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고 바로 위메프를 켰다. 하지만 결제창은 열리지 않았다.

김씨는 300만원짜리 여행 상품을 샀고 할부로 100만원을 냈다. 그는 "위메프에서 계좌를 입력하면 환급해 준다고 했는데 진행이 잘 안되는 거 같다"며 "일단 100만원이라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박모씨는 300만원을 잃게 생겼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이었다. 박씨는 "여행 가려고 열심히 아르바이트했는데 제가 너무 바보 같다"며 "조금 싸게 가겠다고 위메프로 결제했는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 토로했다.

장모와 여행을 준비하던 홍모씨는 사이판 여행상품 400만원을 결제했다. 홍씨는 위메프 측에서 해당 사실은 통보받지 못했다. 그는 "이건 기업들끼리 해결해야 할 일이지 소비자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소비자한테 모든 걸 다 떠넘기고 있다. 망한 회사에 어떻게 받냐"고 하소연했다.

아이와 함께 위메프를 찾은 김모(30대)씨의 피해금도 400만원이다. 김씨는 "여행사에서 재결제하라고 했는데 재결제했다가 환불을 못 받을까 봐 너무 불안했다"며 "결국 여행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재결제를 하고 여행을 떠난 피해자도 있었다. 이재원(26)씨의 친구는 260만원짜리 오사카 가족 여행 패키지를 구매했다. 환불이 안 된 상태에서 여행사에 추가로 결제하고 여행을 갔다.

이씨는 "여행 간 친구 부탁으로 대신 피해를 접수하러 왔다"며 "친구는 여행사에 재결제를 하고 정산 대금이 들어오면 결제한 금액을 다시 보내주겠다는 문자를 받고 그렇게 결정했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부터 위메프는 온라인을 통해 피해를 접수하고 있다. 이 사실은 모르고 본사를 찾아온 피해자들이 흥분하면서 경찰까지 출동했다. 한 중년 여성은 "적어도 4시간 전에는 공지했어야지 아침 일찍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 되냐"고 항의했다.

현재 위메프 본사 입구는 경비들이 막고 있다. 위메프 안과 밖은 피해 접수를 대기하는 피해자들과 온라인 접수로 전환돼 발길을 돌려야 하는 피해자들로 여전히 아수라장이다.

한편, 이날 자정께 위메프 본사를 찾은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무엇보다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보상할 것"이라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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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