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부터 불만"…인화물질 미리 구입 '계획 범행 정황'
범행 직전 음주…진술신빙성 검증 거쳐 조만간 영장 신청
광주 한 치과병원에서 직접 만든 폭발물로 불을 지른 70대가 보철물 치료 중 염증이 생긴 데 앙심을 품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23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를 받는 A(78)씨로부터 '보름 전쯤 보철물(크라운)을 치아에 씌우는 치료를 받던 중 염증이 도져서 불만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A씨는 전날 오후 1시7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상가 건물 내 3층 치과병원 출입문 안으로 인화성 폭발물 더미를 밀어 넣은 뒤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범행으로 병원 안에는 폭발과 함께 불길이 일었으나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면서 9분 만에 꺼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안에 있던 시민 95명이 긴급 대피했다.
2시간여 만에 자수한 A씨는 줄곧 범행 동기에 대해 병원 진료에 불만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A씨는 전날 외래진료 예약이 있었으나 병원을 찾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병원 측은 "A씨가 이런 일까지 벌일 정도로 불만이 있거나 항의하지는 않았다"고 경찰에 밝혔다.
경찰은 A씨가 폭발물에 쓰인 시너·부탄가스 등 인화물질을 수일 전부터 구입한 정황도 파악, 계획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A씨가 범행에 앞서 술을 마신 상태였고, 검거 이후에도 한동안 만취 상태였던 만큼 진술 신빙성을 재차 따져보고 있다. 이미 확보한 정황 증거에 비춰 A씨의 진술 진위를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폭발물 제작 경위와 자세한 범행 전후 행적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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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