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소차 매달린 환경미화원 '신고 포상금' 추진 논란

폐기물관리 조례 시행규칙 개정안 등 입법예고
"안전수칙 위반행위 신고, 건당 3만원 포상금"

서울시가 청소차 뒤에 매달려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을 신고하면 '포상금 3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미화원들의 작업 중 위반행위를 근절한다는 취지인데, 장비·인력부족 등을 겪고 있는 현장 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감시하고 처벌에 나서는 것은 "탁상행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울시 폐기물관리 조례 시행규칙' 개정안과 '폐기물 관리 조례' 개정안을 지난달 입법예고하고, 전날까지 의견 접수를 받았다.

개정안은 환경공무관의 작업안전수칙 위반행위 신고자에게 예산 범위 내에서 건당 3만원, 월 최대 9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위반 행위로는 안전모·안전화 미착용, 적재함 위 탑승 작업·이동, 차량 후미 탑승 이동 등의 행위가 포함됐다.

신고 포상금 지급 조건은 위반행위를 발견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방문, 우편, 전자우편, 신고 앱 등을 통해 사진이나 동영상 등 증빙자료와 함께 신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서울시가 제도 도입에 나선 것은 청소차 뒤에 매달린 채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사고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청소차에 매달리거나 적재함 등에 올라타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위반행위가 지속되자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신고 포상금제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차량 뒤편에 매달려 쓰레기를 수거하는 행위는 사실 위험할 수 밖에 없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5년간 안전사고로 사망한 환경미화원은 280명, 부상을 입은 미화원은 3만358명에 달했다.

최근 경남 양산시에서는 60대 환경미화원이 차량 발판에 올라 이동하다가 낙상사고를 당한 뒤 사망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구로에서 청소차량 뒤편에 매달려 일하던 60대 환경미화원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정책 추진을 둘러싼 반대 의견도 거세다. 안전을 무릅쓰고 청소차에 매달려 근무할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한 근시안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쓰레기를 수거하려면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데 조수석에 탑승해 오르락내리락하면 작업 시간이 지체될 수 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결국 정해진 시간 내에 할당량을 수거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청소차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차량에 쉽게 오르고 내릴 수 있는 '한국형 청소차'을 개발해 도입했지만, 실제 보급 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서울시의 입법예고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A씨는 "빈 몸으로 하루 2만~3만보를 걷는 것도 힘든데 쓰레기를 들고 날이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는 건 더 힘들고 지친다"며 "차량 후미에 탑승하지 않고도 법적 근무시간을 준수하려면 차량과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씨도 "현실은 높은 작업강도, 각종 제재 등으로 참담하다고 하다"며 "유럽처럼 수거 차량의 안전 기준에 맞는 발판을 설치해 환경공무관의 작업 여건을 우선 조성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C씨도 "환경미화원들의 일하는 즐거움과 열정을 꺾는 촉매제가 될까 우려스럽다"며 "근본적인 문제점과 실질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준비 없이 감시와 적발, 처벌에만 집중한다면 작업 환경은 열악해지고 업무량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차라리 관련 예산을 작업환경 개선과 안전보건시스템 구축을 위한 법안 마련에 지원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환경공무관 등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잇따르자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환경공무관들이 '인권침해'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기해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개정안이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살핀 뒤 추진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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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