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경찰서, 파출소 2곳 묶어 인력 집중… 순찰 강화 목적
"인력 충원·지리적 여건 고려 없이 시행, 면 단위 공백 우려"
경찰 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구대·파출소를 묶어 운영하는 '중심지역관서제'가 되레 치안 공백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충북 옥천군에서 순찰차 한 대가 150㎢ 면적을 관할해야 하는 사례까지 나와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옥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파출소장들을 제외한 동이파출소, 청산파출소 2곳의 모든 인력이 이원파출소, 청산파출소로 각각 이관됐다.
경찰청이 추진한 '중심지역관서제' 시행에 따른 조치다.
중심지역관서제는 3급지 경찰서(인구 15만명 미만 지역 소재 경찰서) 관할 내 지구대·파출소 2~3곳을 묶어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제도다.
합쳐진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넓어진 관할의 순찰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근무 여건도 개선한다는 취지다.
이관에 따라 중심지역관서인 이원파출소, 청산파출소의 순찰 요원은 각각 10명(기존 6명), 9명(기존 5명)으로 확대됐다. 중심지역관서 순찰차도 1대에서 2대로 늘었다.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근무 방식은 기존 3조 1교대에서 4조 2교대로 변경됐다. 순찰 요원 2~3명이 1조를 이루는 방식이다.
치안 수요가 적은 동이, 청산파출소 2곳엔 파출소장들이 남아 주민 대응을 한다.
문제는 인력 충원이나 관할 면적 고려 없이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나왔다.
관할 면적이 넓어졌음에도 동시간 순찰 인력이 많아야 3명인 탓에 순찰차 1대를 방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순찰차는 규정상 2인 1조로 운행해야 한다.
청성면은 옥천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지역(83㎢)으로 차량 순찰만 3~4시간 이상 소요된다. 청산면의 면적은 72㎢에 이르고, 다른 지역 면적도 60㎢를 넘는다.
2개 면을 책임져야 하는 중심지역관서가 정작 1개 면을 제대로 관할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치안을 강화한다는 이 제도의 취지를 한참 벗어난다.
동이, 청산파출소에는 파출소장이 상주하고 있으나 홀로 지역 치안 공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주민들이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청성면 주민 양모(66)씨는 "작년에 충북경찰에서 인력이나 면적 생각은 안하고 청산파출소와 청성파출소를 통합하려 했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면서 "이번엔 전국적인 사안이라 목소리도 못 내고 제도가 시행됐는데, 치안이 유지될지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현 제도를 유지한다면 휴무에 자진해 일할 '자원 근무자'가 있지 않는 한 순찰차 1대가 150㎢ 이상의 면적을 관할해야 하는 지경이다.
이 제도 시행 전에는 파출소마다 2명의 인력이 주야간을 교대하며 순찰차를 운영해 왔다.
옥천경찰직장협의회 안유신 회장은 "면 단위에 사고가 적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니다"며 "사소한 말다툼이 큰 사건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2개 면에서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면 대응이 늦을 것이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제도가 제대로 안착하려면 인력 충원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옥천서 관계자는 "한정된 인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로 농촌 지역의 치안 수요, 인구를 고려해 추진했다"며 "당장 인력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순찰 범위를 늘려 치안 공백을 줄이고, 주민들의 체감 안전도를 높여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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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