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무시한다 생각 '살해 후 따라 죽겠다' 결심
재판서 살인 고의 부정했지만 고의성 인정된다 판시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며느리에게 둔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9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95)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8월18일 전북 전주시에 있는 자택에서 며느리인 B씨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내리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지난 8월 초부터 시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A씨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B씨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왜 너희만 좋은 쌀로 밥 짓고 나에겐 안 좋은 쌀로 밥을 주냐"고 하는 등 마찰을 빚었다.
이후 또 다시 B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A씨는 제 분에 못 이겨 'B씨를 해친 뒤 나도 따라 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는 이 생각을 실현에 옮겨 방 안에 있던 둔기를 들고 와 B씨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친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집에 있던 다른 가족들이 그를 말려 B씨가 목숨을 잃진 않았다.
재판에서 A씨는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망 예견 가능성, A씨의 진술 내역, 상해 정도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살해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살인죄에서 살인의 고의는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데, 둔기의 형태와 무게 등을 봤을 때 충분히 피고인이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으며, 수사기관 조사에서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해야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이러한 증거와 법리 등에 비춰봤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이기에 살인범죄는 미수에 그쳤다고 할지라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사소한 다툼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폭행·살해하려한 점, 피고인이 아직까지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피고인이 고령이고 초범인 점 등을 모두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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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취재부장 / 유성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