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80년 5월 기억 소환…어떤 교훈 남길지 답해야"

강기정 광주시장, 여당의원들에 '대통령 탄핵' 표결 참여 설득
'소년이 온다' 차용, 편지 초안 작성…급박한 정국에 전달 못해

강기정 광주시장이 '비상계엄 사태'로 헌정 위기를 자초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탄핵 반대' 당론에 묶인 여당 의원들의 설득에 힘을 보탰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 시장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반대 당론으로 못 박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탄핵안 표결 참여를 촉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강 시장은 평소 친분이 있는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창원시 마산합포)과 전남 순천 출신 인요한(비례대표) 의원 등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강 시장은 메시지에서 "고민이 많으시겠지만 투표하시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기회일 거라 생각한다. 광주는 항상 따뜻한 동행자가 되겠다"고 적었다.

강 시장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활동하며 친분을 맺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일일이 보낼 친필 편지도 준비했다.

편지는 광주 태생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 '소년이 온다' 91쪽 문장으로 시작한다. '소년이 온다' 91쪽 중 '지금 계엄군이 시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함께 나와서 싸워주십시오' 의 문구가 편지에 담겼다.

강 시장은 편지에서 "지난 계엄의 밤은 80년 5월의 기억을 소환했다. 용기 있는 시민과 지혜로운 국회가 대한민국 현대사의 또 하나의 비극을 막아냈다. 참 고맙다. 이제 우리의 자녀, 우리의 후대에 어떤 교훈을 남길지 답해야 할 시간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양심'에 따라 답해주시리라 믿는다"며 탄핵 표결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나 강 시장의 편지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닿지는 못했다. 비상계엄을 통한 정치인 체포 계획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국이 숨가쁘게 돌아가면서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당론을 전제로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 등 정국 수습책을 논의하겠다며 전날 잇따라 의원총회를 소집, 강 시장과의 만남은 불발됐다.

한편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이날 오후 6시17분부터 표결이 시작됐지만 투표 종료가 아직 선언되지 않았다.

야 6당과 무소속 의원 192명은 투표를 마쳤지만 극소수를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퇴장한 채 돌아오지 않았고, 우원식 의장은 투표 종료 선언을 보류하며 여당의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이번 탄핵소추안은 지난 5일 0시48분에 보고돼 오는 8일 0시48분까지 표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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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사회부 / 박광용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