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집단퇴장, 정족수 200명 미달 '투표불성립' 결정
"반헌법 세력" "국민 외면" "나라 큰 위기" 탄식·울분·격앙
여당 국민의힘의 집단 '보이콧'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 결정으로 폐기되자, 광주시민들은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분노했다.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은 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연 대통령 4차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궐기대회(주최 추산 2000여 명)에 참석한 시민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안·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의결을 지켜봤다.
시민들은 김 여사 특검법이 찬성 198표·반대 102표로 부결·폐기되자 긴 탄식을 뱉었다. 일부 시민은 붉어진 얼굴로 "야", "국힘 뭐 하는거야", "니네가 사람이냐" 등의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시작되려는 순간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본회의장을 빠져나가자 시민들은 허탈해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이 유력하다는 보도에 스크린을 향해 분노의 삿대질을 하는 시민도 있었다.
표결에 대거 불참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돌아와" "돌아와"를 거듭 외치기도 했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며 추운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은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며 '내란 주범 윤석열 체포 구속', '개헌으로 사회대개혁',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퇴진', '민주주의 1도 모르는 무식쟁이' 등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힘차게 흔들며 퇴진 요구를 모았다.
박영민(72)씨는 "초등학생이던 4·19혁명부터 1970~80년대 반독재 투쟁, 5·18민주화운동에 탄핵 퇴진 운동까지 지켜봐 왔지만 여전히 권력자들은 국민이 안중에도 없다는 현실에 자괴감 마저 든다. 탄핵 표결이 어떻게 결론날 지 아직 모르지만, 가결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반동안 민심은 이미 돌아섰다. (탄핵이) 매듭짓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는 더욱 불안해지고 예측 불가로 휘말린다. 그동안 고생해야 할 국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대리인이 윤 대통령을 제지하지 못한다면 주인이 직접 나서는 수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10~20대 젊은 세대도 K팝 아이돌 팬클럽을 상징하는 '형형색색' 응원봉을 흔들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김수민(18)양은 "주권자에게 총을 들이밀며 비상계엄으로 협박한 윤 대통령을 국민이 용납할 수는 없다. 국민 모두와 싸울 작정인지 모르겠다. 자기 당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국민을 등지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간 여당 의원들에게 화가 난다"고 밝혔다.
이기훈(32)씨는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보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광장에 나왔다. 국민들에게 무엇을 사과하는지 잘 모르겠다. '절박한 심정'이라는 변명 밖에 들리지 않았고 탄핵 만은 면해보겠다고 성의도 없이 부랴부랴 급조해 구차한 말만 늘어놨다. 계엄 포고령에서 보듯이,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려 했던 대통령과 정부여당이야 말로 반헌법, 반국가세력이다.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분개했다.
길거리, 음식점과 카페, 각 가정에서 TV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으로 탄핵 부결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어이가 없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내란범이다", "대통령에 즉시 죄를 물어야 한다"며 격한 감정을 토했다.
회사원 최형석(41)씨는 "국민의힘 당명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계엄 사태 이후 보여온 그간의 행태를 보면 자신들의 알량한 권력과 정권을 지키려는 데 급급한 것 같다.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 할 수 있느냐. 반헌법적인 통치자를 배출한 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는 이제라도 국민 열망을 받드는 일이다"고 말했다.
강수진(57·여)씨도 "탄핵은 당장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윤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을 정지하는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 탄핵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무엇이 떳떳치 못해 표결조차 참여하지 않느냐. 부끄러움도 모르는 여당의 행태에 정권은 물론이고 국가마저 더욱 더 위태로워졌다"고 성토했다.
이영철(39)씨는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대다수가 위헌적인 비상계엄 발령에 해제요구권 결의에도 불참, 사실상 대통령의 친위쿠데타를 방조 내지는 도왔다는 국민적 의혹이 커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또 다시 대통령의 진정성 없는 사과 한마디와 '우리당'에 보내는 SOS(구조 신호)에 놀아나며 국민을 기만하고 정권 연장에만 연연하고 있다. 이제는 내란 공범으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기우식 광주비상행동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조직적으로 탄핵안 의결을 방해한 것이다. 내란범에 동조하고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지키려는 의지는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도 국민 저항에 직면해 심판 대상일 수 밖에 없다. 시민들과 함께 반드시 '계엄 사태' 내란 책임자들이 반드시 처벌받게 하고 새로운 민주 공화국 건설을 위해 힘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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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