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까지 아이돌 응원봉 들고오며 집회 참석
"계엄 선포 이후 청년들, 길거리로 나서는 중"
전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탄핵과 여당인 국민의힘을 규탄하기 위한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졌다.
9일 오후 6시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패지관 앞 도로.
지난 4일부터 윤석열퇴진전북운동본부가 주최하는 비상계엄 선포 규탄 및 정권 퇴진 촛불집회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날 분위기는 앞서 열린 촛불집회들과는 약간 달랐다. 이곳에 자리한 이들은 본부 관계자들보단 앳되보이는 10대, 20대 학생들이다.
이들의 한 손에는 현 정권의 퇴진을 바라는 손팻말이 들려있었지만, 다른 한 손엔 촛불 대신 각자 자신들이 응원하는 아이돌을 상징하는 응원봉이 들려있었다.
인도를 덮은 참가자들 위로는 노란 불빛과 함께 녹색, 파란색, 빨간색 등 형형색색의 응원봉 불빛이 섞인 모습이 연출됐다.
길거리를 지나가던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본부 관계자들이 건네는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자리에 앉으며 촛불집회를 위해 모인 시민들의 행렬은 더욱 길어졌다.
집회 분위기 역시 엄숙하다기보단 활기차고 발랄한 분위기였다. 남녀노소 따라부를 수 있는 '젊은 그대'나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로제의 아파트(APT.) 등 집회 현장보단 거리공연에 가까워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의 호응는 뜨거웠다.
참가자들은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를 개사해 부르며 "윤석열 탄핵" "윤석열 나가"와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을 들고 온 김수인(19)양과 강리아(19)양은 "원래 응원봉엔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적어 붙여놓는데, 이번엔 윤 대통령이 탄핵이 됐으면 좋겠어서 탄핵이라는 문구를 응원봉에 붙였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한국사가 더 더럽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빨리 대통령이 탄핵이 돼서 좀 더 안심할 수 있는 연말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응원봉과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문한솔(29·여)씨도 "결국 이 상황은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윤 대통령은 끌어내려져야 하는데 본인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문씨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후에 좀 더 주변 사람들간에 동질감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관련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이 많이 들어오고 공유된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더 청년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고 발을 움직이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퇴진전북운동본부는 오는 11일과 14일에도 연이어 같은 자리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가며 정권 퇴진의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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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취재부장 / 유성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