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상승 기대에 재건축 단지 응찰자 몰려
강남 아파트 경매도 유찰되는 사례 나와
시세보다 감정가 낮으면 응찰자 '우르르'
주택 매매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아파트 경매시장에서도 재건축 단지나 시세보다 감정가가 낮은 물건에만 수요가 몰리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주택시장 침체로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최소한의 '안전마진' 확보가 가능한 물건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2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상위 10위권에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단지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최근 롯데건설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전용면적 41㎡ 경매 2차 기일에는 10명의 응찰자가 몰리며 최저 입찰가 8억1040만원보다 높은 11억5237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13.8%다.
양천구 목동현대1차 전용 60㎡는 지난달 12일 열린 경매에 13명이 몰리며 감정가(12억원)보다 높은 12억5000만원에 낙찰됐고, 재건축이 진행 중인 송파구 장미아파트 전용 197㎡도 감정가(34억2000만원)보다 높은 35억1600만원에 낙찰되면서 낙찰가율 102.8%를 기록했다. 향후 재건축을 거쳐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요자들이 몰린 것이다.
과거 경매시장에 나오면 응찰자가 대거 몰렸던 강남 지역에서는 유찰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강남에서도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물건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동부지법 경매4계에서는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120㎡에 대한 2차 경매가 진행됐지만, 유찰됐다. 경매는 실거래가와 비슷한 32억8000만원에 진행됐다. 잠실엘스 전용 120㎡는 지난해 11월 33억4000만원, 10월 32억3200만원에 실거래돼 감정가와 별 차이가 없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 120㎡도 지난달 5일 감정가 38억9000만원에 1차 경매가 진행됐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아이파크 전용 120㎡는 지난해 12월 40억730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감정가가 실거래가보다 다소 낮았지만 유찰됐다. 이 아파트는 오는 16일 감정가보다 20% 낮은 31억1200만원에 2차 경매가 진행된다.
경기·인천에서도 시세차익이 확실한 중저가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경기 용인 수지구 만현마을 엘지자이 전용 110㎡ 경매에서 최저 입찰가격이 4억5500만원으로 떨어지자 응찰자 12명이 몰리면서 해당 면적 최근 실거래가(6억9000만원)보다 낮은 6억7279만원에 낙찰됐다.
인천 연수구 송도에듀포레푸르지오 전용 60㎡는 최근 실거래가인 5억8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낮은 4억5100만원에 감정가가 책정되면서 응찰자가 무려 27명이나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매수 심리 위축, 서울 집값 하락 전환 가능성 등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매매나 경매에서도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에는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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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