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도 통과…교육감 소관→시장 의무 명시
서울시, 강행 통과된 2건 조례 대법 제소 검토…"이송 후 대처"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장 사과 조례'에 이어 또다른 조례 제정을 두고 다시 충돌하고 있다.
시의회가 서울시의 재의요구 조례안 2건을 모두 강행 통과시키면서 갈등이 불거진 상황이다. 또 예술인 창작수당 지급 조례 역시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를 통과했다.
서울시의회는 21일 제30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통해 서울시가 재의요구를 한 2건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시의회가 통과시킨 2건의 재의요구 조례는 ▲서울특별시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재의의 건 ▲서울특별시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재의의 건 등이다.
출자·출연기관 조례는 출자·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기존 시장 2명, 시의회 3명, 기관 이사회 2명에서 시장·기관 이사회를 합한 3명, 시의회 3명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장과 기관 이사회의 추천 총수가 기존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들어 시장의 권한도 상대적으로 축소된 것이다.
시의회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출자·출연기관장 인사를 지적하는 시의원의 질의에 '출자·출연기관 임추위에는 시의회도 포함돼있다'고 반박하자 이같이 임추위 구성을 변경한 조례 개정안을 추진했다.
시는 해당 내용이 의회의 통상적인 견제 범위를 넘어 시장 고유 인사권의 적극적 침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재의를 요구했다. 또 임추위 구성이 짝수(6명)로 구성되면 혼선과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담았다.
그럼에도 시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통해 해당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재의 요구안은 서울시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의 3분의 2 동의로 통과된다. 해당 재의 조례안은 재석의원 59명 중 찬성 51명, 반대 2명, 기권 6명으로 최종 가결됐다.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는 교육감의 소관으로 명시된 대안교육기관에 대해 서울시장이 직접 지원하도록 명시했다. 또 대안교육기관 지원계획 수립·시행 시 교육감과 협의하도록 의무화했다.
시는 해당 내용이 대안교육기관 사무를 교육감 소관으로 명시한 '대안교육기관법'에 저촉된다고 보고 재의를 요구했다. 다만 시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통해 재석의원 60명 중 찬성 48명, 반대 7명, 기권 5명으로 최종 가결시켰다.
시는 강행 통과된 조례안 2건에 대해 대법원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재통과된 조례안이 상위법에 어긋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과정이다. 만약 시가 대법원에 제소할 경우 조례안에 대한 '집행정지'까지 같이 신청하기 때문에 해당 조례안의 효력은 정지된다.
시 관계자는 "상위법령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어 대법원 제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출자·출연기관 운영조례는 집행정지까지 같이 신청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예술인들에게 창작수당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예술인 창작수당 지급 조례안'도 가결시켰다. 해당 조례는 예술인들에게 매월 창작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창작수당 지급을 시장의 의무로 규정했다.
시는 해당 조례에 대해서도 재의요구를 검토하고 있다. 예술인에 대한 지원의 현실적 필요성 여부와 별도로 시장의 책무로 규정하는 것은 예산편성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예술인 지원이) 임의 규정으로 돼 있는 상위법과 달리 시장의 책무로 규정해버린 조항이 있어 재의요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의회에서 해당 조례안을 시에 이송하면 제대로 짚어보고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양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비례)도 이날 반대토론을 통해 "이재명 후보가 청년·문화예술인·농어촌 기본소득, 아동·청소년·장년 수당 등 분야별로 기본 시리즈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의 옳고 그름을 떠나, 서울시의회가 왜 여당 대선후보의 공약을 띄우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례 제정을 하청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상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인 복지법'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임의로 규정돼 있다"며 "하지만 이 조례안 4조는 이를 강행규정으로 정하고 시장에게 재원 마련의 책무를 지우고 있다. 시장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소지도 다분히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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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