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살려보자"…한라산서 전문가들 머리 맞대

8일 한라산 구상나무 자생지 현장토론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한 구상나무의 보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국가연구기관 전문가들이 한라산에 모였다.

8일 오전 '고산지역 기후변화 취약생태계 연구협의체' 소속 전문가들은 구상나무 어린 개체가 자라고 있는 제주 한라산 만세동산을 찾았다.



연구협의체 소속(국립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전문가들이 한꺼번에 이곳 만세동산 구상나무 시험식재 장소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 방문에는 구상나무 현황에 대해 데이터나 보고서상으로만 접했던 부분을 함께 현장에서 살펴보면서 앞으로의 전략을 도출하고, 추가 연구 소재를 발굴·제안해보자는 목적이 담겼다.

만세동산 표본지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구상나무 개체는 3년 전에 식재됐다. 약 5~7년 가량 자란 개체를 험난한 기후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이곳으로 옮긴 것이다.

자라는 동안 비료는 일체 쓰지 않았다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비료의 도움으로 성장한 개체는 한라산이라는 험난한 기후 적응력이 떨어져 표본 식생으로는 접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약 10~15㎝에 불과한 구상나무 개체는 뿌리 활착 과정 이후에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이른다. 뿌리가 완전히 내리기 시작하면 구상나무의 성장 속도는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만세동산 초입부에 자라고 있는 2001~2002년도에 시험 식재된 구상나무들은 현재 1m 이상 자라나 열매도 맺은 상태다.

이날 구상나무 자생지 현장을 찾은 고정군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박사는 "기관별로 개별 방문은 있었지만 오늘처럼 합동으로 시험식재 장소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면서 "현장에서 추가 연구의 소재를 발굴하거나 제안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회를 통해 구상나무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접근이 이뤄질 것을 보인다"면서 "각 연구기관마다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잘 융합하면 협업 과제로써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 박사는 "구상나무 보전·보호를 위해 제주도나 어떤 특정한 기관에서 전체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건 어려움이 따른다"며 "각각 유사한 연구를 함께 논의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판단하에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나라는 특산종에 해당한다. 한라산을 비롯해 지리산과 덕유산 등 해발 10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관찰된다.

구상나무만으로 숲을 형성한 곳은 한라산이 유일하지만, 분포 면적은 2006년 796.8㏊에서 지난해 606㏊로 15년새 190.8㏊나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사율마저 급격히 늘어나 2013년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다. 학계는 기온 상승과 적설량 감소에 따른 가뭄 등 기후 변화를 구상나무 고사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편,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지난 2017년부터 한라산 구상나무의 보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구상나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생장쇠퇴에 대한 연구 및 복원 매뉴얼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종합적인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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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