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얼굴' 앞세운 野 초재선, '이재명 불가론' 성공할까

더미래 "민주당 얼굴 바꾸겠다" 제3인물론
재선들도 李 당권 제동 "젊은 사람 나와야"
'신진' 출마 부담…'원트랙' 집단지도체제 관건
'97 세대론'에 불만도…친문 중진 출마 채비
박지원 "다 도전해 당심·민심이 결정할 문제"

더불어민주당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 얼굴'을 내세우자는 주장이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97(70년대생·90년대 학번)세대 교체론에 이은 변형된 '이재명 불가론'인 셈이다. 그러나 결국 직전 대선후보로 대중 인지도가 높고 강성 지지층 기반을 보유한 이 의원에 맞설 '유의미한' 대항마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16일 "이번 전당대회는 시대 변화를 반영한 가치와 철학, 당의 노선을 재정립하는 전기가 되어야 한다"며 "다르게 생각하고, 새로운 구상을 갖춘 세력과 인물이 부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 얼굴'과 관련해 "이들이 기성 세력 및 인물들과 치열하게 경합할 때 민주당은 내일을 준비할 풍부한 리더십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더미래'는 8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가치와 의제, 그리고 인물의 부상을 통해 민주당의 얼굴과 중심을 바꿔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유력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재명 의원, 친문 중진 전해철, 홍영표 의원이 아닌 '제3의 인물'을 내세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재선 의원 모임에서 '1970~80년생 새 리더십'론과 맥을 같이 하는 셈이다. 더미래에는 강훈식 의원(1973년생) 등 97세대 신진 주자들이 몸 담고 있다.


재선 의원들도 연일 이재명-홍영표-전해철 '3자 동반 불출마'를 고리로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재선 소장파인 조응천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건 홍영표, 전해철 의원 다 해당된. 이재명 의원은 대선, 지선의 패배에 대한 책임이 있는 분"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무력해진 당에 새롭고 다른 리더십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사람이 지금 필요한 때이고, 좀 더 젊은 사람들이면 좋지 않겠느냐라는 게 지금 당내에 굉장히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97세대론에 대해서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힘을 실었다.

친문 재선 전재수 의원도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70~80년대생 누군가가 나타나서 이 시대를 정확하게 딱 규정하고 이 시대에서 내가 이것을 할 수 있고 이것을 해야 된다고 하고 세게 치고 나오면 이재명 의원이든 전해철, 홍영표 의원이든 우원식 의원이든 출마 안 하실 거라고 본다"며 "이런 흐름이 돌이킬 수 없는 흐름으로 만들어야 되는 그 역할에 저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물교체론이 실제 당권 레이스에 변수가 될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는 단일성 지도체제에서는 신진 주자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크다. 세대교체 명분을 내건 이상 당대표 선거에서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하지만 낙선시 '빈 손'으로 끝나는 탓이다.

실제 지난 2020년 전당대회의 경우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당시 의원과 김부겸 의원, 박주민 의원이 당대표 선거 3파전을 벌여 '재선 유망주' 박 의원이 유의미한 3등을 기록했지만, 분리선출 성격상 지도부에 입성하지는 못했다.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한번에 뽑는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97세대를 비롯한 신진 주자들도 부담없이 도전이 가능한 셈이다.


세대교체론도 당안팎의 반발에 부딪히며 미묘한 위치가 됐다. 이날 더미래 성명에는 '97세대' 등 특정 연령대를 앞세우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세대교체론이 민감한 '86 용퇴론'과 맞물리며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미래의 한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세대교체나 연령을 강조하는 내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표현은 일부러 넣지 않았다"며 "특정인을 배제하는 의미보다는 '새로움'이 강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불출마 요구에도 이재명 의원은 침묵한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당대회 일정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는 6말·7초(6월 말 7월 초)까지는 '로키(low key) 모드'로 논란을 피한다는 계획이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당분간은 특별한 일정 없이 여러 사람을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의원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친문 중진들도 출마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은 이날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만약 이 의원이 불출마하더라도 위기 속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서 출마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97세대들이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도전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면 당원과 국민이 결정한다"며 "단, 노장층의 조화를 이루어서 잘 나가는 것이 민주당의 길이지 특정인은 안 되고, 특정인은 되고, 이러면 굉장히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도 선거 패배 3년 후에 당권 도전했다. 이재명 의원도 그렇게 하라, 하지 마라' 이런 얘기는 할 수 있다"면서도 "어떤 권력도 그 누구도 정치는 민심을 이길 수 없고, 경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당원과 민심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결국 인물교체론의 가부는 전당대회 정면 승부를 통해 판가름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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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