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살 공무원 기록물…與 "공개하자" vs 野 "감당하겠나"

국민의힘 "민주당, 정보공개와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민주당 "정보자산 훼손 시 국민의힘 감당 가능한가"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대통령 기록물 공개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0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이 공개를 압박하자 민주당은 공개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며 "감당할 수 있냐"고 역공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에 기록물 공개를 촉구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서해공무원 월북공작사건은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사살돼 불태워지고 억울하게 월북자로 내몰린 중대 사건인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진상규명을 거부하고 있다"며 "무엇이 두려워 숨기려는 것인가. 절대적 가치인 인권의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늘 사람이 먼저라고 강조해왔다. 민주당이 정보공개와 철저한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해야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최초 보고시점이 언제인가, 3시간 후에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졌는데 그 3시간동안 문 전 대통령은 뭐하셨나. 과연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 어느 정도까지 보고받으셨나"라고 거듭 묻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민생 얘기를 하면서 덮을려고 하고 다수당을 이용해서 (대통령기록물을)공개 못한다고 하는데 그럴 문제가 아니다.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더 나아가 2019년 11월 탈북어민 강제북송사건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권 원내대표는 "당시 이들이 귀순의사를 밝혔음에도 우리 정부는 포승줄을 묶고 안대를 씌워 강제추방했다"며 "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대한민국 국민을 사지로 내몬 반헌법적, 반인륜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정부가 극비리에 강제북송을 추진하려다가 뒤늦게 사건 전모가 드러난 점도 상식적이지 않다"면서 "숨겨야 했던 진실이 무엇인지, 어떤 과정과 절차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민당도 협조해야 한다. 인권이라는 보편타당한 가치 앞에서 또다시 '북로남불'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또 민주당의 신(新)색깔론 공세에 "월북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북 피살 공무원 사건과 관련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 TF를 발족하며 대야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더 나아가 3년 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규명 의지를 보이면서 공세를 강화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에 잔인하게 살해당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월북몰이로 북한 만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유가족들을 2차 가해했다"면서 "만일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다면 유가족은 더 긴 세월을 고통 속에 보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 한사람의 죽음이라도 의문이 있다면 밝히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반드시 실체적 진실을 밝혀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이날 '서해상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를 발족하고 21일 1차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위원장에는 국민의힘 3선 하태경 의원이 지명됐고, TF위원으로는 김석기, 신원식, 강대식, 전주혜, 안병길 의원이 포함됐다. 허기영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과 박헌수 예비역 해군소장도 참여한다.

하태경 의원은 MBC라디오에 "월북이라고 발표하면서 4대 조작 의혹이 있다. 여기다가 플러스알파가 계속 나올 것"이라며 "도박 빚을 지나치게 많이 부풀렸고, 정신적 공황상태라는 건 정확한 근거가 있지 않고 해경의 추측이다. 조류 조작, 방수복을 은폐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은 사과문이라는 발표 내용을 보면 '도주하려는 조짐이 있었다' 라는 내용이 나온다"며 "북한 당국은 진짜 월북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고 안 봤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관련 정보가 담긴 기록물 등을 공개하자는 국민의힘의 요청에 "공개에 협조하겠지만, 감당 가능하겠나"라고 맞받고 있다.

대통령기록물이나 군 SI정보(특수정보), 당시 관련 상임위 비공개회의록 등을 실제 공개한다면, 안보 위협 등의 문제는 고스란히 현재 집권한 정부·여당의 몫이란 점을 상기시키며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어지는 국민의힘의 사건 관련 기록물 공개 요구에 "여당이 생각할 때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면 공개하는 것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보 공개를 꺼려한 것은 불리한 진실이 있어서가 아니라, 북한한테 얻은 정보, 첩보, (그 습득) 루트와 과정을 공개해야 되는 게 맞나해서 협조하지 않겠다고 한 건데, 그게 마치 숨겨야할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공개하자. 협조하겠다. 그런데 그게 맞나"라며 "북한에 우리가 여러 정보를 갖고 있는 휴민트와 우리가 첩보 모으는 방법을 다 노출할 정도로 이제 월북인지 아닌지, 왜 (피해자가 월북했다는) 그런 판단을 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저는 (공개하자는) 여당의 태도에 대해 비판하지만, 그 사람들이 그거(안보 문제 등)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우리를 몰아세우는 혈안돼 있다면 기꺼이 공개에 응해드리겠다"며 "공개할 건가 말건가는 자기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북한이 대한민국의 무고한 국민을 살해한 사건이 여러 건 있는데 분노한다"며 "그런데 (2009년 금강산 관광에서) 박왕자씨가 살해됐을 때는 사과도 못받고, 재발방지대책도 못 만들지 않았나. 이 사건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 최고 책임자의 사과를 받고 재발방지책을 받았다. 그게 중요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정보자산이라는 건 한 번 공개되면 그 가치가 현격히 훼손되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군의) SI정보(특수정보) 같은 경우는 여야 합의가 필요한 게 아니라 정부여당이 판단해 마음먹고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기록물 (공개는 국회의원) 3분의2이상 (동의라는) 여야 기준이 있고, 고등법원의 판결 등의 기준이 있다"며 "다만 SI정보 (공개 여부는) 정부 몫이기 때문에 민주당한테 물어볼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SI정보는 공개되는 순간 가치가 훼손되고 심각한 피해가 있다"며 "그런 SI정보가 공개되었을 경우에 국민의힘이 감당이 가능하겠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