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지서 자전거 훔친 경찰관…처음 아니었다

거치대서 자전거 훔쳐 탄 광주 모 지구대 경위 송치
도주로 4.7㎞ 쫓아 잡고 보니 동료…수사 경찰 '허탈'
'제 것인양' 훔친 자전거에 자물쇠 채워…범행 은폐
7년 전엔 사다리 절도…기소 유예·경징계 처분 그쳐

광주 모 지구대 경찰관이 관할 지역 내 공동주택 단지 거치대에 서 있던 자전거를 훔쳐 타고 달아났다가 범행 22일 만에 덜미가 잡혔다.


주민의 생명·재산을 지켜야 할 경찰관이 7년 전 절도 범행에 이어 또다시 직업 윤리를 내팽개쳐 공분을 사고 있다.



1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퇴근길에 나선 A(56)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1시57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의 주상복합건물 자전거 거치대에서 잠금 장치가 없는 생활 자전거 1대를 발견했다.

A씨는 자전거를 훔쳐 타고 자신이 사는 남구의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20여분 뒤 집에 도착한 A씨는 자신이 타고 온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웠다.

엘리베이터에 탄 A씨는 다른 층을 오간 뒤 집으로 향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23일 자전거 주인은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에서 A씨의 범행을 확인했다. 이후 A씨가 지나간 곳곳에 설치된 방범 CCTV영상을 일일이 확인, 시간대 별 동선을 추적했다.

경찰은 애초 자전거가 놓여있던 거치대서 4.7㎞ 떨어진 A씨의 주소지로 추정되는 아파트 단지를 특정했다.

단지 내 자세한 동선까지 파악한 경찰은 관리사무소에 입주자 명단을 요청, A씨의 이름과 인적 사항을 알아냈다.

이후 신원을 조회한 형사는 그가 서부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경위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부경찰은 40만원 상당 자전거 1대를 훔쳐 타고 달아난 혐의(절도)로 A경위를 지난 12일 검거해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A경위는 자원 근무(교대제 외 근무)를 마친 직후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장소였던 주상 복합 건물은 A경위가 일하는 지구대의 관할 지역이었다.

A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자전거를 좋아하고 즐겨 탄다. 새 자전거를 타보고 싶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A경위는 7년 전에도 절도 행각을 벌여 징계를 받았다. A경위는 다른 지구대에 근무하던 지난 2015년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내 1t 트럭 적재함에 실린 사다리를 훔친 혐의(절도)로 송치,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후 A경위는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경징계 조처됐다.

거듭 본연의 책무와 최소한의 윤리마저 저버린 A경위의 행태를 놓고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높다.

한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경찰관이 도둑으로 전락, 착잡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관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경찰 조직에 먹칠을 하는 행태인 만큼 중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광주경찰은 수사와 별개로 A경위에 대한 감찰 조사도 병행, 조만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앞선 2020년에도 광주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금은방을 털어 파장이 일기도 했다.

광주 서부서 모 파출소 소속 B 전 경위는 재직 당시인 2020년 12월18일 오전 남구 월산동 한 금은방 유리창을 공구로 깨고 침입해 2540만 원 상당의 귀금속 42점을 훔쳐 달아난 혐의(특수절도 등)로 재판에 넘겨져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특히 B 전 경위는 도주에 사용한 차량 번호판을 테이프로 가린 채 운행했고, 수사 상황을 살피고자 과거 근무했던 시 CCTV 통합관제센터에 들르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 충격을 줬다. B 전 경위는 지난해 2월 파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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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