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건, 두 개의 흉기…재판서 드러난 경찰의 부실수사

지난해 8월 3일 오전 11시 54분께 A(41)씨는 전북 정읍시 연지동의 농협 주차장에서 아내 B(38)씨와 함께 카니발 차량에 타고 있었다. 이후 뒷자리에 있던 아내의 내연남 C(51)씨와 불륜 문제, 위자료 문제 등으로 다퉜고 C씨는 A씨 부부에게 칼을 휘둘렀다. A씨 부부는 목과 어깨 부위를 찔려 위독한 상태에 놓였다.



범행 이후 C씨는 A씨의 카니발 차량을 훔쳐 타고 고속도로로 도주했다. 경찰은 100㎞가 넘는 추격전 끝에 C씨를 체포했다.

C씨는 도주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목을 흉기로 찌르는 등 자해했다. 경찰은 카니발 차량에서 C씨가 손에 쥐고 있던 흉기 1자루를 수거했다. 경찰은 이 흉기로 A씨 부부에게 범행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C씨에 대한 조사를 마쳐 지난해 8월 10일 그를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같은 해 9월 1일, 이 사건의 피해자 A씨는 또 다른 흉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C씨가 도주할 때 사용한 카니발 차량을 경찰로부터 돌려받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수석 보관함에 혈흔이 묻은 또 다른 흉기를 발견했다는 것.

A씨는 즉시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으나 당시 경찰은 "범행 도구는 이미 수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답변했다.

당시 경찰이 검찰에 증거로 제출한 흉기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C씨의 혈흔만 발견됐다. 피해자들의 혈흔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C씨의 범행을 입증할 만한 다른 명확한 증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적인 조치는 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9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범행을 당한 이후 트라우마가 심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뜻하지 않게 흉기를 보게 되니 온몸이 굳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경찰이 수거해간 흉기는 C씨가 자해할 때 사용한 흉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범행에 쓰인 칼은 찾지 못해 수거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사건에서 발견된 두 자루의 흉기의 의문점은 재판에서 해소됐다.

지난 1일 전주지법 정읍지원에 따르면 경찰이 최초로 수거한 흉기에서는 C씨의 DNA가, 경찰이 놓친 A씨 차량에 있던 흉기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의 DNA가 검출됐다.


즉, 경찰이 최초 수거한 흉기는 체포 과정에서 C씨가 자해를 했을 때 사용했던 것이고, 경찰이 놓친 흉기가 실제 범행에 사용한 것이라는 A씨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재판 도중에 '처음으로 발견된 흉기는 피고인이 자해하는 데 사용됐고, 나중에 발견된 흉기가 살인미수 범행에 사용됐다'고 공소사실을 변경했다.

한편, 4개월 동안의 공판 끝에 전주지법 정읍지원은 지난 1일 C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C씨는 A씨와 위자료 문제로 다투던 중 화가 나 A씨와 B씨에게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살인 미수에 그치기는 했으나 범행 동기, 공격 횟수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며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C씨가 잘못을 인정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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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사회부 / 유성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