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 전 독립 염원 뜻 잇자" 광주 3·10 만세운동 재현

1919년 광주 만세운동 재현에 시민·학생 1000여명 동참
수피아여고·부동교 일대 태극기 물결…"애국정신 계승"

104년 전 민족의 독립 염원을 담아 방방곡곡 울려 퍼졌던 만세운동이 광주에서 다시 펼쳐졌다.

광주 3·1운동 기념사업회는 10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광주수피아여자고등학교와 3·1만세운동길, 부동교(옛 작은 장터)에서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학생 등 1000여 명이 참여, 거대한 태극기 물결을 이뤘다.



1919년 광주 '3·10 만세운동'의 구심점 중 하나였던 수피아여고(당시 수피아여학교의 후신)에서는 학생회가 선배들의 뜻을 이어받아 만세 궐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104년 전 복식인 검은색 치마·흰 저고리를 입은 수피아여고 2학년 학생 220명이 저마다 든 태극기를 흔들며 궐기하자, 참여 시민·학생들이 일제히 태극기를 높이 들며 '대한 독립 만세'를 목놓아 외쳤다.

만세운동 당시 수피아여학교 학생으로서 궐기에 앞장섰던 윤형숙 의혈열사를 다룬 재현극도 선보였다. 윤 열사는 1919년 3월 당시 군중의 맨 앞에서 만세운동을 이끌다 일본 헌병에 의해 왼팔을 잃으면서도 오른손에 쥔 태극기를 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후 일제에 붙잡힌 윤 열사는 넉 달 간 옥고를 치른 탓에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서 수피아여고 측은 윤 열사에게 104년 만에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 졸업장은 조카인 윤치홍씨가 대신 받았다.


'삼일절 노래'를 합창한 독립열사 유족과 각계각층 인사, 학생·시민들은 수피아여고 교정에서 대형 태극기를 펼쳤다.

대형 태극기 뒤로 선 학생·시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태극기를 흔들며 행렬을 이뤘다. 넘실대는 태극기 행렬은 광주 3·10 만세운동 닷새 전 거사를 논했던 독립 투쟁 발상지 남궁혁 장로의 자택을 거쳐 전교생이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옛 숭일학교 터를 지났다.

행진 중 만세 행렬은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3·1절을 맞아 민족의 애환이 서린 '아리랑고개'를 재해석, 제작한 '아리랑'을 불렀다.

양림오거리~천변우로를 거쳐 부동교에 다다른 행렬은 태극기 퍼포먼스와 만세 삼창을 외쳤다.

이어 '우리의 다짐'을 통해 부동교 아래에서 처형된 기삼연 장군,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한 심남일 장군을 비롯한 호남의병장 40여 명과 김복현 선생을 비롯한 양림동 기독교인, 학생 독립군의 애국 정신을 되새겼다.



수피아여고의 전신인 수피아여학교는 만세운동 당시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았던 독립 운동가 23명을 배출하고 1937년 신사 참배를 거부해 폐교된 학생 독립운동의 산실이다.

해방 이후 학교는 선배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3·1절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해마다 펼치고 있다. 1995년 5월에는 만세운동이 시작된 교정에 광주 3·1만세운동기념비를 세우고 학교 출신 학생 독립투사 23명의 명단을 기념비에 새겼다.

광주 3·1만세운동 기념사업회 이상희 상임대표는 "양림동은 호남 만세운동의 교두보이자 발상지이며 민족 자존·자주 독립을 외친 항쟁지다. 5·18민중항쟁으로 이어지는 광주 정신의 지주 역할을 하기도 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애국 선열들의 숭고한 발자취를 되새기고 나라 사랑 정신을 일깨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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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