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아 사망은폐 피해부모 "엄벌로 억울함 풀어달라"

제주대병원, 지난해 3월 13개월 영아 약물 과다 투여 사망 은폐
母 "차가운 비닐봉지에 싸여 화장돼…강력한 엄벌 부탁드린다"
父 "의료진이 사람 생명 갖고 잣대질 못하도록 엄벌 처해달라"

지난해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던 13개월 강유림양이 간호사들의 약물 오투약 사고와 은폐로 숨진 사고와 관련, 피해 부모가 법정에서 엄벌에 처해줄 것을 호소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16일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수간호사 A(50·여)씨와 간호사 B(30·여)·C(31·여)씨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림양의 어머니 D씨는 "더이상 유림이의 몸을 닦아줄 수 없고, 기저귀를 갈아줄수도, 수의를 입혀줄 수 없었다"며 "유림이는 차가운 비닐봉지에 싸여 화장됐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이번 사건의 은폐와 인과 관계를 부인하면서 유림이와 저희에게 더 큰 고통을 줬다"며 "피고인들의 은폐 앞에서 유림이는 제대로 된 치료와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고통스런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D씨는 "자신(피고인)들의 행위가 얼마나 큰 죄인지 다시 한번 느끼길 바란다"며 "재판장님의 올바른 판단으로 의료 사고 은폐라는 선례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피고인들을 선처 없이 강력한 엄벌에 처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유림양 아버지 F씨도 이날 법정에서 "유림이가 하늘나라로 떠난 이후 가장 힘든 점은 가족사진을 더 이상 못 찍는 다는 것"이라며 "작은고모, 큰고모, 양 가 할아버지집 등 가족 모두가 한 동네에 지내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날도 '오늘을 행복하게 보내자'는 의미로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유림이가 사망한 이후로 가족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됐다. 이 사실은 지금까지도 저를 힘들게 한다"고 흐느꼈다.

그러면서 "제주대병원은 제주도에서 가장 큰 병원이고, 도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병원이다. 그런 병원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게 솔직히 무섭고 두렵다"며 "제주대병원은 저희에게 신뢰받지 못한 행동들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F씨는 "의료진이 사람 생명가지고 잣대질 못하도록 엄벌에 처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4월27일 오후 4시30분 재판을 속행할 예정이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3월12일께 제주대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 중인 13개월 영아 고(故) 강유림양에게 약물을 과다 투여하는 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해 유림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날 약물 오투약 사고 이후 B씨와 C씨에게 투약 사고 보고서를 작성하지 말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며 사고를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약물 오투약과 관련해 담당의 등에게 3일 가량 보고를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가 이뤄졌을 때에는 이미 유림양의 장례가 끝난 뒤였다.

B씨는 유림양에 대한 간호기록지 중 오투약 사고 내용이 담긴 '특이사항'을 수차례에 걸쳐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상 증세를 보인 유림양을 치료하던 의료진들은 B씨의 의료 기록 삭제로 인해 약물 오투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결국 에피네프린을 추가 투약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피해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기회 마저 날렸다"고 지적했다.

C씨는 의료 사고를 낸 장본인이다. 당시 담당 의사는 유림양에게 에피네프린 5㎎을 호흡기를 통해 천천히 흡수시키도록 처방했지만, C씨는 이를 정맥 주사로 투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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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