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 패싱·균형발전 소외" 성난 제천 민심에 진땀 뺀 충북지사

제천체육계 대규모 집회…시청 진입 전 1시간 대치
김 지사 "말로만 듣던 '제천 홀대론' 피부로 느꼈다"

도정보고회를 위해 충북 제천시청을 방문한 김영환 충북지사가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제천 패싱'에 반발한 지역 체육계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16일 오후 3시께 예정대로 제천시청 앞에 도착한 김 지사는 지역 체육계 인사 등 500여명(경찰 추산)의 제지를 뚫느라 진땀을 흘렸다.

지역 체육계는 시청 주변 곳곳에 '배제와 홀대로 제천시는 죽어간다' 등이 쓰인 현수막을 내건데 이어 이날 김 지사의 제천 방문에 맞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충청권 4개 시도가 공동유치한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 제천은 단 한 종목도 배정되지 않은 채 배제됐다"며 '제천 패싱'을 비난했다.

특히 대한체조협회가 대회규정상 훈련장이 밀접한 제천에 체조경기가 유치되길 희망하고 있음에도, 대회 조직위원회와 충북도가 청주시에 체조경기를 배정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성국 제천시체육회장은 집회에서 "이것이 김 지사가 말하는 지역상생과 균형발전이라는 도정이냐"고 분노했다.

이들은 '상생이라는 가치가 결국 배제와 홀대인가', '도지사는 소통을 단절하고 대변인은 대체 뭐하는가!'라고 쓰인 현수막으로 시청 진입로를 막은 뒤 시청사로 진입하려는 김 지사의 차량을 막아섰다.

김창규 제천시장이 중재에 나서 대표자와 만남의 자리를 제안하며 시위대 해산을 요구했으나, 체육계 측은 김 지사가 직접 시민들과 대화에 나서라고 완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김 지사가 두차례 정도 차를 돌려 도청으로 돌아가려는 모습도 나왔다.

다만 체육계 등 시민 대부분은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 우려됐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1시간여 동안 대치상황은 김 지사가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 입장을 표명하며 끝났다.



김 지사는 집회에 나선 시민들에게 "제천시민의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한체육회장 등과 대회 경기 배정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안 회장으로부터 세계대학경기대회 제천 경기 배정 등의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받은 뒤 도보로 시청사로 들어섰다.


김 지사는 도정보고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로만 듣던 '제천 홀대론'이 시민들 마음 속에 얼마나 깊이 자리하는지를 피부로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례가 될 것 같아 차에서 내려 대화하는 것은 옳지않다고도 생각했지만, 제천시민들의 마음을 생각해 기꺼이 대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제천의 미래에 대해 "우리는 지금 제천의 새로운 시대를 보고 있다"며 "각각 5000억원, 3000억원 규모의 2개 상장회사가 제천공단 유치를 앞두고 있다. 6월에는 시민들이 기쁜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제천지역 기업유치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김 지사는 덧붙였다.

그는 기업유치와 함께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의 한 축인 청풍호를 중심으로 한 제천관광 역시 제천의 발전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시민 200여명이 참석한 도정보고회(제천시민과의 대화)에서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사업과 과학기술·문화예술·생태환경이 어우러지는 '트리플악셀' 등 도정 운영방향을 설명했다.

시민들은 코레일 계열사, 기업, 산림치유원 등 유치 지원과 함께 체조훈련장, 북부지역 생활체육공원, 특화 임대형스마트팜 등의 인프라 조성 등을 요청했다. 평생학습관 이전, 제천소방서 부지 확장 등의 건의도 나왔다.

김 지사는 도정보고회 이후 청풍랜드 일원에서 현장 방문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한 규제완화와 지원책 등의 건의도 이어졌다.


지역 야권은 김 지사의 '친일파 발언'에 대한 규탄을 이어갔다.

민주당 제천·단양지역위원회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제천시민은 충북지사가 자신의 친일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의병과 후손을 자처하는 시민을 보듬는 일정을 기대했지만, 김 지사의 일정은 자기반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이날 김 지사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도정보고회와 시의원 간담회, 시·도의원 만찬 등을 모두 보이콧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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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 박미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