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차체' 명의대여 보조금 수령·자동차 제작증 등 서류 위조 등 지적
전주시, '명의대여' 사실 드러나…중국산 버스 선구매 업체 보조금 못 받아
중국에서 수입한 전기버스가 보조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전북 전주시의 중국산 전기버스 도입 사업이 결국 중단 위기에 봉착했다.
12일 뉴시스가 단독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8일 전북도 등 18개 지자체 기관에 '전기차 보조금 부정수급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전기차 보조금 부정수급 시 명의를 대여한 자에 대해서도 전기차 보급 사업 참여를 제한함에 따라 해당 명의 대여자가 제작·수입하는 모든 차종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해당 차종에 대해 지체 없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뒤 전수조사 결과를 오는 15일까지 통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환경부의 보조금 지급 중단 배경에는 ▲자동차 수입제조업체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이 빠진 전기승합차 수입 후 명의대여를 통한 보조금 수령과 ▲자동차 제작사의 자체 인증을 통한 제작증 발급을 악용, 허위 서류를 통한 차량 등록 및 보조금 신청 서류 제작 등이 꼽혔다.
이런 가운데 전주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중국산 전기버스 도입에 제동이 걸렸다.
전북 버스회사 2곳은 지난해 2월 중국 회사와 전기버스 20대를 대당 2억4000만원씩 총 48억원에 구매하기로 계약했다가 시의회 반대로 1년 넘게 항구에 방치하는 상황이다.
반대 이유는 전북에 친환경 수소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있고, 중국산 전기버스 안전성과 AS 문제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또 업체가 보조금을 받기 전에 버스를 구매한 점을 들어 절차상 하자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전북버스운송사업조합과 전북자동차노동조합은 "대금 결제를 못 해 1일 보관료 85만4000원 등 막대한 주차비(3억원 이상)와 손해배상 책임까지 떠안고 있다"며 시의회가 전기버스 보조금을 세워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버스 도입과 관련해 '명의대여'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최근 중국서 들여온 '껍데기 차체'로 지자체로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타 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말하기 곤란하다. 수사가 마무리돼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환경부 지침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게 돼 해당 버스 업체에 이른 시일 내에 알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성국 전주시의원은 "그동안 지역에 수소버스를 제작할 수 있는 공장이 있는 점, AS 센터 여부 문제, 내부 거래 의혹 등을 꾸준히 제기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면서 "이제라도 환경부에서 보조금 환수 및 중단 지침이 내려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아직 전주시에서 해당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불필요한 행정 절차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자동차 제작증과 구매 계약서를 위조해 전기자동차 구매보조금 약 54억원을 챙긴 혐의(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자동차 수입·제작사 대표 A씨를 구속하고 구매계약서 명의를 빌려준 공범 35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환경부는 같은 날 설명자료를 내고 "일부 부품을 장착하지 않은 차량을 완성차로 위장해 보조금을 받은 자가 수입하는 모든 차량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명의를 대여한 자에게도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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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