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능력 없어"
휴대전화를 통해 몰카를 촬영하고 음란사진을 합성했지만,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일 경우 증거능력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음화제조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위 전자정보에 관한 압수절차가 적법하다고 보아 위 각 출력물 및 CD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피의자의 참여권 보장, 전자정보 압수목록 교부,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2017년 4월 지인의 얼굴과 나체사진 합성을 만들도록 교사한 혐의를 받았다. 또 음란합성사진 제작을 의뢰하면서 공공연하게 거짓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시킨 혐의도 받았다.
아울러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몰카를 촬영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A씨의 입대로 진행된 군사법원 재판에서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예훼손과 음화제조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판결했다.
다만 대법원에서는 음화제조교사 유죄 부분과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부분 일부 유죄에 대해 파기했다.
먼저 재판부는 음화제조교사 부분에 대해 "형법 제243조(음화반포등)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다. 다만 컴퓨터 프로그램 파일은 해당 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지난 1999년 대법원 판례를 적용했다.
이어 "이는 형법 제244조(음화제조등)의 '음란한 물건'의 해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해당 법리에 의하면 A씨는 성명불상자에게 제작을 의뢰해 전송받은 음란합성사진 파일은 형법 제244조의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음화제조교사 부분은 파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씨가 소유하고 있던 휴대전화는 2017년12월 분실했고 이후 성명불사자가 습득했으며, 우연히 피해자 B씨에게 건네지게 됐다. B씨는 A씨를 고소하면서 해당 휴대전화를 증거물로 임의 제출했다.
다만 임의 제출받은 휴대전화를 사법경찰관은 영장 없이 압수했다. 또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소유자인 A씨의 참여도 보장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 B씨가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한 시점과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위 휴대전화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했다"며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관해 A씨를 실질적인 압수·수색 당사자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참여권 등 절차적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사법경찰관은 A씨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거나 전자정보 압수목록을 교부하는 등 절차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러한 조치는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사법경찰관이 임의로 탐색·복제·출력한 전자정보인 피해자들에 대한 음란합성사진 출력물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가 지하철, 학원 등지에서 성명불상의 여고생들을 몰래 촬영한 사진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 사실인 음화제조교사 부분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 있는 전자정보로 보기 어렵다"며 "그런데 사법경찰관은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했음에도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았으므로, 그러한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에 따라 원심 판결 중 유죄로 인정된 음화제조교사,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은 파기돼야 한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과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부분은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이 선고됐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은 전부 파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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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