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부터 의대 정원 2000명씩 확대
의사협회 "의대 증원 강행하면 총파업"
환자들 "지방은 의사가 없어…증원 찬성"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총파업'을 시사하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려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의사가 부족해 지역·필수의료가 붕괴하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조치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총파업 절차에 즉시 돌입하겠다고 선포했다. 지난 2020년 대규모 의사 파업이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다.
7일 뉴시스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앞에서 만난 환자와 가족들은 의사 총파업으로 수술이나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남 곡성에서 왔다는 한 70대 여성은 "곡성에 있는 의료원에는 억대 연봉을 줘도 의사가 안 온다. 큰 병원도 의사도 부족하다"며 "시골에서 서울까지 진료받으로 오는 게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온 50대 여성 최모씨도 "어제 올라와서 근처에 자고 오늘 아침에 진료를 받았다. 한두 달에 한 번씩 서울대병원을 방문한다"며 "약을 정해진 날짜까지만 처방해 주니까 진료가 밀리면 약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매달 서울대병원을 찾는다는 70대 남성 역시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들은 병원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씩 다니는데 파업을 하면 어떡하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들은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60대 남성 김모씨는 "정형외과 수술이 잡혀 있어서 다음 주에 최종 날짜를 결정하는데, 파업 때문에 수술 일정 일정이 밀릴까 봐 걱정된다"며 "의료진이 부족한 건 명확한 사실인 것 같은데 그걸 무릅쓰고 집단 이기주의마냥 파업을 한다"고 비판했다.
어머니 진료차 병원을 찾았다는 강모(36)씨는 "어머니가 작년에 자주 응급실에 가고 입원할 정도로 몸이 안 좋은데 파업하면 응급실에서조차 제대로 진료가 안 될까 봐 걱정된다"며 "안 그래도 환자라 몸이 아프신데 파업하면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으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갑작스럽게 큰 규모의 의대 증원을 발표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40대 여성은 "증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정부가 생각을 가지고 늘리는 것 같지는 않다"며 "무턱대고 혹하는 정책을 내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총파업 등 집단행동이 강행되더라도 국민의 피해가 없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등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의거해 '집단행동 금지'를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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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