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징역 7년→2심 징역 5년
상상적경합으로 혐의 일부 줄어
유족 "돈 이용해 감형받은 것"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음주운전으로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징역 5년을 최종 확정받았다.
피해아동 유가족 측은 "피고인이 전관 변호사와 공탁금을 이용해 감형받았다"며 반발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9일 오전 대법원 제2호법정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죄의 성립,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12월2일 오후 4시57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 B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A씨가 B군을 충격한 순간 차량이 흔들렸고 사이드미러 등을 통해 A씨가 사고를 인식할 수 있었지만, 그대로 차량을 몰아 도주해 사고를 당한 B군이 방치됐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1심 결심에서 유족 측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과 예방적 효과를 고려해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A씨의 도주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가 사고 현장에 돌아온 직후 운전 사실을 알렸고, 경찰에 체포 이전까지 피해자 주변의 자리를 지킨 점 등을 근거로 도주 고의성이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씨의 범죄 공소사실과 관련해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으로 형을 낮췄다.
상상적 경합은 1개의 범죄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뜻한다. 형법 40조는 이 같은 경우 가장 무거운 범죄에 대해 정한 형으로 피고인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1심은 특가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와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별개의 법률행위로 판단했다. 다만 항소심은 법리상 2개의 치사 혐의가 1개의 법률행위로 평가된다고 판단해 형량이 낮아졌다.
검사는 무죄 부분에 대한 채증법칙 위반, 법리오해 및 유죄 부분에 대한 죄수판단을 주장하며 상고했다. 피고인 A씨는 위험운전치사에 관한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상고했다.
다만 대법원은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피해 아동의 유가족은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냐"고 반문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대법원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재판 과정을 통해 피해가 구제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상처와 고통을 겪었다"며 "가해자가 전관 부장판사, 대형 로펌을 썼다. 기습 공탁금도 사용했다. 금전적인 힘을 통해 이 같은 판결을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제가 공탁금이 필요하지 않으며 용서할 의사가 없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이를 감형 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저 대신 용서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해자만 금전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대변했다. 반대로 저도 금전적으로 대변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정말 잘못된 제도이고, 재정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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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