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4·3의 봄바람' 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 봉행

3일 제주4·3평화공원 일원 도민 1만여명 참석
실내 개최도 검토했으나 비 그쳐 야외서 진행
한덕수 총리 "추가 진상조사 통해 한층 더 보완"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엄숙히 봉행됐다.

올해 추념식은 '불어라 4·3의 봄바람 날아라 평화의 씨'를 주제로 열렸다. 추념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영훈 제주도지사, 유족들을 비롯해 도민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으나 다행히 행사가 시작하자 잦아들었고 참석자들은 우비를 입은 채 야외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행사를 지켜봤다. 궂은 날씨가 예보되자 실내 행사 개최도 고려했으나 계획대로 야외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추념식은 2014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뒤 66주년 추념식부터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해 열리고 있다.

이날 오전 8시40분 종교의례 등 식전행사를 거쳐 오전 10시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리면서 본행사가 시작됐다. 이어 헌화와 분향, 국민의례, 인사말, 경과보고, 추념사, 추모 공연 등 순서로 진행됐다.

해군본부와 해병대사령부는 진해기지사령부 의장대, 해병대9여단 군악대, 해군7전단 군악대를 파견해 애국가 제창, 헌화·분향을 지원했고, 4·3희생자들을 예우했다.

애국가 제창 순서에선 4·3유적지 드론 영상과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염원하는 영상이 송출됐다.


유족 사연으로는 4·3 당시 부모, 형제를 모두 잃고 타지에서 힘들게 지내다 20대 때 귀향한 김옥자 어르신의 이야기를 영상과 손녀의 낭독으로 소개됐다. 특히 추념식 사상 처음으로 희생자인 김옥자 어르신의 아버지를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해 딸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또 제주를 대표하는 배우 고두심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고, 가수 인순이도 무대에 올라 감동을 선사했다. 추모 공연은 성악가 김동규와 한아름, 도란도란합창단이 맡았다.

2022년 74주년 추념식에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추념식에 불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념사에서 "정부는 4·3사건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추가 진상조사를 빈틈없이 마무리해 미진했던 부분도 한층 더 보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4·3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낡은 이념의 시대 종결을 알리고 사람 중심의 빛나는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며 "내년 4·3 역사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새로운 출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전액 국비 운영, 사후 양자 가족관계에 관한 4·3특별법 마련 등에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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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