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해결 앞장"…192석 '절대권력' 거야 책임감 무겁다

이재명 "민생 고통 더는 데 최선" 김부겸 "심판 넘어 대안 만들어야"
조국당 돌풍 속 김건희 특검법 등 대여 공세 강화…정쟁에 역풍 우려도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4년 전에 이어 개헌 저지선을 간신히 지키는 참패를 당했다.

하지만 11일 열린 민주당 선대위 해단식에서는 총선 승리에 대한 환호는 없었다. 민주당은 여소야대 결과에 "국민의 준엄한 심판 앞에 더욱 겸허한 자세로 민의를 따르겠다"고 자세를 한껏 낮췄다.



거대 야당의 막강한 입법 권력으로 대여 공세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자칫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 몰두하면 심판의 칼날이 언제든 야권을 향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감지된다.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한 선대위 해단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 결과는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그 뜻을 받들어 민생 고통을 더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선자들을 향해 "당의 승리나 당선의 기쁨을 즐길 정도로 현재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며 "선거 이후에도 늘 낮고 겸손한 자세로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여야 정치권 모두 민생 경제 위기 해소를 위해서 온 힘을 함께 모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당면한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해찬 위원장도 윤 정권의 국정쇄신을 촉구하면서도 "야당도 이번 승리에 도취해서 오만하면 절대로 안 된다"며 "지난번 180석을 주었는데도 뭘 했냐는 소리를 그동안 많이 들었다. 이번에 또 이렇게 주셨는데도 못하면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고 경계했다.

김부겸 위원장의 말은 더욱 내부를 향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선거결과가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력, 무책임, 무비전을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며 "민주당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서 이 정부의 흔들리는 국정 방향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생을 책임지고 경제를 살리는 입법 성과를 내고, 민주당도 심판을 넘어 책임과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대승을 거뒀지만 민심의 무게감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범야권이 192석을 얻으며 개헌·대통령 탄핵 등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법안 처리가 가능해졌지만 범진보진영이 189석을 가져간 21대 정치 지형과 별반 다르지 않다. 21대 국회서 민주당은 4년 내내 이어진 여야 대치 국면 속에 '방탄국회', '입법독주'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총선 결과 평가에 들어가며 향후 정국을 어떻게 풀어갈지 구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민생'과 '개혁'을 강조한 만큼 이를 구현할 공약 이행 방안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극한의 대여 공세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쟁점 법안들과 특검(특별검사법)을 대거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태원참사특별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간호법은 물론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과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쌍특검법'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는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대여 투쟁 강도를 한층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정치 투쟁에 함몰되면 국정 혼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당장은 윤 정부에 대한 강경 투쟁의 선봉에 설 것으로 전망되는 조국혁신당과의 관계 설정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비례 12석을 확보하며 원내 3당에 오른 조국혁신당은 김건희·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일찌감치 공언하며 민주당에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법률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패스트트랙)해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180석이 필요해 조국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차기 정국 주도권을 놓고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정치 심판이 아닌 민생고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민주당이 22대 국회 시작부터 김 여사 등에 대한 특검으로 정국을 몰고 가면 2~3년 뒤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심판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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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