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선관위, 군의원·공무원 '기부행위 위반' 고발
선관위 "선거구 주민 아닌 연고자 경비지원도 위반"
2026년 지방선거 종료 6개월 후까지 기소 여부 가려야
투표권이 있는 선거구 주민도 아니고 선거구에 거주하지 않는 공무원의 여행경비를 지원하고 지원받은 사례에 대해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기부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과도한 법 적용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현재 전남 장성군에서 번지고 있다.
6일 장성군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군의원 8명과 의회사무과 직원 1명 등 9명이 지난해 12월 공무상 국외 연수가 아닌 새해 설계 등을 위해 사적으로 3박4일 간의 일정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여행에는 군의회와의 유기적인 협력관계 유지 등을 위해 김한종 장성군수와 군청 직원 1명도 동행했다.
여행경비는 1인당 210만원이 소요됐고, 군의원들은 매월 일정 금액을 곗돈 형식으로 의회 공통 경비계좌에 모아서 비용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행 과정에서 인솔자 역할을 한 군의회사무과 직원 경비도 해당 적립금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온 후 날벼락이 떨어졌다. 누군가 익명으로 장성군선관위에 이들을 '상시 기부행위 위반 혐의'로 제보했기 때문이다.
장성군선관위는 군의원들이 모은 돈으로 의회사무과 직원 여행경비를 지원한 것은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해당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경우는 금전 등을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냈다.
군선관위 관계자는 "제보 내용을 파악한 결과 여행경비 지원이 사실로 확인돼 지난 3월 군의원과 직원을 광주지검에 '공직선거법(기부행위)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회사무과 직원은 선거구 주민은 아니지만 장성에서 10년 이상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고, 업무상 주민들과 접촉이 잦은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 고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김 군수와 군청 직원은 '여행경비를 각자 현금으로 부담했다'고 선관위에 답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군선관위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는 선관위가 당시 금융거래 내역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사실관계는 경찰에서 파악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관련 수사는 검찰 지휘를 받아 장성경찰서에서 진행 중이다.
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누구까지 조사를 받았는지 밝힐 수 없다"면서 "선관위가 혐의 사실을 적시해서 검찰에 고발한 사안이라서 검찰 지휘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수사를 언제까지 할 것인지도 검찰에서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장성 출신도 아니고 선거구 밖인 광주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공무원의 여행경비를 지원한 것까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것은 관련법을 너무 과도하게 적용한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성군선관위는 해당 직원을 오는 '2026년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관련법을 적용해 고발했다.
이에 대해 장성군의회 한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위반 대상에 포함된 '연고가 있는 자'는 선거구 출향 향우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향우들은 선거구에 친인척이 거주하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고발된 군의회사무과 직원은 신분이 공무원으로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어서 공직선거법 위반 적용은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은 한 선거구에서 많게는 6~7명까지 출마하고 정수와 득표율에 따라 1~2명이 당선된다는 점에서도 군의회사무과 직원이 누구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장성군선관위가 군의원 등을 고발한 건의 공소시효 완성은 오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종료 후 6개월까지다.
이는 법원이 과거 2014년 6월 치러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선출된 한 지방의원이 2015년 11월 선거구 주민에게 금품을 제공한 행위가 공직선거법 기부행위 금지 조항에 해당하고, 공소시효 완성 여부를 2018년 6월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원심 판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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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영광 / 나권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