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경제 협력 강화 공감…'北비핵화·韓납북자' 합의 불발

3국, 4년5개월 공백 채우기 집중…민관 협력체 재개·FTA 협상 가속
안보 거리 좁히기엔 실패…韓 '비핵화'·日 '납치 해결'·中 '역내 안정'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참석한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27일 종료됐다. 세 정상은 26~27일 1박2일 간 양자·다자 회담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2019년 말 이후 4년 5개월 만에 열린 한일중 정상회담은 3국의 관계 공백을 채우는 데 집중됐다. 3국은 정상회의와 외교장관회의를 중단 없이 정례화하기로 했다. 또 다양한 민관 협의체의 재개를 약속했다.

그러나 4년 여의 공백과 역내 안보 불확실성이 보여준 한계도 분명했다. 3국은 결국 안보 분야에서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한일중 정상은 공동선언에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하였다"고 명시했다. '중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재강조했고 다른 두 나라는 공감을 표하는 데 그쳤다는 의미다. 결국 어느 한 문제에 완벽한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3국 정상은 이번 회담이 소통의 모멘텀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3국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늘 정상회의는 일중한 3국 프로세스의 재활성화를 확고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밝히며 일본에서 차기 정상회의가 열릴 때까지 3국 협력을 강화할 것을 다짐했다.

◆한일중 FTA 협상 가속…"경제 협력으로 3국 삶의 질 제고"

의장국의 정상인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인적 교류 ▲기후변화 대응 등을 통한 지속가능발전 ▲경제·통상 ▲보건·고령화 ▲과학기술·디지털전환 ▲재난·안전 등 6대 분야의 실질적 협력 확대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3국 정상은 특히 '경제·통상'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이들은 3국의 경제적 협력이 결국 국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데에 공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3국 협력이 3국 국민들의 민생에 보탬이 되어야 하며, 국민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이를 위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투명하고 원활하며 효과적인 이행 보장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담았다.

또 "높은 수준의 상호 호혜적인 FTA 실현을 목표로 하는 3국 FTA의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수출통제 분야에서 소통을 지속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문구도 공동성명에 들어갔다. 앞서 불거진 한일 양국 정부의 '화이트 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 배제 논란은 물론 미중 신냉전의 여파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재난 대응 분야에서도 공통 분모를 찾았다. 3국 정상은 '미래 팬데믹 예방·대비 및 대응에 관한 공동성명'을 별도로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타격, 그리고 관계 단절 등을 타산지석 삼은 것이다.

이들은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보건 안보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추구할 것"이라며 "3국의 감염병 통제를 위한 국가공중보건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여 장기 협력 체계의 수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3국, '北 비핵화' 후퇴…한국인 납북자 합의문에 못 담아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통일된 하나의 의견을 도출하지 못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이 오늘 예고한 소위 위성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예고와 관련하여 만약에 발사를 감행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강력히 그 중지를 촉구한다"고 강조하며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안정이 일중한 우리 3국에 공동의 이익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의 즉시 해결을 위해 양 정상께서 계속 지원해 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리 총리는 북한 문제에 대해 두 정상과 다른 온도로 접근했다. 그는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진하는데 유지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리 총리가 발언한 '관련 측'에 대해 "북한과 한국을 모두 포괄하는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리 총리의 발언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면서도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부탁했다"고 전했다.

한중일 정상은 이같은 인식을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는 문장으로 공동선언에 담았다. 3국의 공동된 합의가 아닌 '각각'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뜻이다.

비핵화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던 역대 회의와 달리 미중경쟁 심화 속에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강화되면서 중국이 전략적으로 북한을 두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8년 5월 7차 정상회의 때는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 2019년 12월 8차 정상회의 당시에는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장이 합의문에 들어갔었다.

합의문에 비핵화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던 건 2012년 5월 5차 정상회의가 유일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결국 북한 비핵화 합의는 이루지 못한 것인가'라는 뉴시스의 질문에 "일본과 중국 정상은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했기에 공동선언에도 이 표현(한반도 비핵화)이 빠지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고 답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비핵화 문안이 2018년과 2019년에 비하면 약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정학적 상황을 감안할 때 과거와 같은 합의를 이끌기는 어렵고, 2023년 이후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쓰지 않았던 중국도 비핵화로 가는 과정과 경로 방안에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비핵화란 입장에는 변한 게 없음을 명확히 대외적으로 드러낸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공동선언에 한국인 납북자 문제는 반영조차 못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상징하는 파란 리본 형상의 배지를 착용한 기시다 총리와 달리 납북자 송환 의지를 담은 상징 배지인 '세송이물망초'를 달지 않았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납북자 문제가 정상회담에 포함된 적은 없었다"면서 "우리와 중국의 입장이 각각 있고 공동선언에는 3국이 합의된 결과물이기에 결과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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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