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북 도발 없어도 접경지역 훈련 강행한다

윤, 4일 오후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재가
각 군 훈련계획에 따라 접경지역서도 훈련 실시
대북 방송 재개엔 신중 모드…"북 상황 맞춰 시행"

우리 군이 앞으로 북한의 도발이 없어도 강원도와 경기도 등 접경지역에서 사격 등 군사훈련을 강행한다.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정지에 대해 재가하면서, 육·해·공군 모두 각 군의 계획에 따라 접경지대에서 훈련이 가능해지면서다.

다만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도발상황을 보고 추후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정지 안건을 의결했다.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대해 재가하면서, 군사합의 효력은 즉시 정지됐다.

국방부는 윤 대통령 재가 즉시 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는 오늘(4일)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4일 15시부로 ‘남북간의 상호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조치는 그동안 9·19 군사합의에 의해 제약받아 온 군사분계선, 서북도서 일대에서 우리 군의 모든 군사활동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라며 "우리 군은 북한 도발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현재 육·해·공군 모두 접적지역에서의 훈련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지휘관의 명령만 있으면 군사분계선(MDL) 근처 사격훈련 등 그동안 제한됐던 모든 훈련이 재개될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중 정찰과 관련된 것들은 효력정지를 했기 때문에 그 외 서북도서와 관련되 해상사격 그리고 DMZ를 중심으로 5㎞ 이내에 제한돼 있던 사격 및 연대급 이상 부대 훈련 등 전반적인 군사활동이 정상화된다고 보며 된다"고 설명했다.

9·19 남북군사합의에는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각종 군사연습 중지 ▲MDL 기준 비행금지 구역 설정 ▲동·서해 완충수역 일대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 중지 ▲MDL로부터 5㎞ 내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전면 중지 등이 담겨있다.

올해 초 북한이 서해 지역에서 포사격을 실시하며 우리 군 또한 적대행위 금지구역 내에서 포사격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사격이 이뤄진 것은 당시 북한의 포사격에 대응해 백령도, 연평도에서 실시한 것 뿐이었다.

이후 우리 군은 접경지역에서의 사격은 자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4일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중지하면서 이제부터는 북한의 도발 없이도 DMZ 5㎞ 내에서 실사격훈련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평도, 백령도 등 서해에 있던 해병대 장병들이 다 내려와서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런것 없이 정상적으로 (접경지대에서) 훈련을 한다는 것"이라며 "육군은 전방지역에서의 사격, 그리고 연대급 이상 기동훈련 등을 자체적으로 계획해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실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장이라고 하는게 언제인지 정확하지 않다"며 "부대에서 계획된 훈련일정들이 있을건데 전방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이면 그에 맞춰 실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접경지역 내 군사훈련을 실시하지만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북 확성기는 강원·경기도 접경지역에 고정식 24개, 이동식 장비 16대 등 약 40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10㎞, 길게는 20~30㎞ 떨어진 거리에서도 청취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북 방송은 북한의 체제를 흔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심리전 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지금과 같이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시기에 대북 방송은 북한 체제 유지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북 방송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면서도 "북한의 어떤 상황에 맞춰 시행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장비들에 대해 기능발휘가 되는지에 대해 확인을 한 상황"이라며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는 작전수행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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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