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늘리고 첨단분야도 1145명 순증…"이공계 합격선 하락"

교육부, 지난 3월 첨단분야 정원 증원 심의 확정
종로학원 "SKY 첨단·계약학과 정원 21% 늘어나"
비수도권 대학 576명 순증돼 총 1145명 증원돼
전년도 입시에서 1829명 증원된 이후 2년 연속
수도권 증원으로 수험생 쏠림·지방대 위기 우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첨단 분야 학과 입학 정원이 1100여명 늘어났다. 교육부가 대학들의 정원 신청을 승인한 결과로 수도권은 569명이 증원됐다.

지역균형 차원에서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을 규제하고 있던 정부가 2년 연속으로 순증에 나서면서 수험생들의 서울 주요 대학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의대 모집인원이 약 1500명 증원되면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연쇄적으로 빠져 나감에 따라 첨단분야 학과의 합격선 하락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SKY 모두 '순증' 받아…수도권 중 한양대 안산 최대



교육부는 지난 3월16일 '2025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분야 정원 조정' 심의 결과 대학 22곳의 첨단분야 학과 입학정원 총 1145명 순증을 승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수도권 대학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SKY 대학을 포함한 12곳에서 전년 대비 총 569명이 순증됐다.

서울대는 에코시스템학부 스마트시스템과학 전공에서 입학정원 25명을 증원했다. 전년도 첨단분야 정원 조정 심사에선 수도권 최대인 218명을 증원한 바 있다.

연세대는 인공지능융합대학 지능형반도체전공(35명·신설) 및 첨단컴퓨팅학부(25명·순증) 2개 단위에서 총 60명의 정원을 늘렸다. 고려대는 정보대학 인공지능학과(42명)와 스마트보안학부(15명)에서 57명이 늘었다.

수도권 대학 중에는 한양대 에리카(안산)가 106명을 늘려 가장 많은 입학정원을 늘렸다. 국방지능정보융합학부(33명)와 바이오신약융합학부(73명) 등이다.

이화여대(인공지능)·경희대(디스플레이)도 각각 33명을 받았고 성균관대(양자정보공학)는 22명을 늘렸다.


◆지방대 더 많이 늘렸지만…수도권 쏠림 우려 여전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배출 규모가 산업계 수요와 견줘 부족하다고 보고 대학의 관련 입학정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총량규제가 걸려 있는 수도권 대학에도 입학정원을 늘리도록 길을 터 주면서 논란이다.

교육부는 전년도 입시에서 수도권 대학 10곳의 첨단분야 학과 입학정원 총 817명을 늘렸다. 다른 모집단위 입학정원을 감축하지 않은 '순증'이다. 이는 수도권 총량규제가 설정된 1999년 이후 처음 있었던 일이었다.

교육부는 이번 2025학년도 입시에서도 비수도권 대학의 첨단분야 입학정원 증원 규모가 더 많다는 입장이다. 비수도권 대학 10곳은 총 576명을 순증 받아 수도권 대학(569명)보다 약간 더 많은 인원이 늘어났다.

비수도권 중 최다 증원은 경북대로 113명을 순증했다. 이어 부산대가 112명이 늘어나 그 뒤를 이었다. 전년도 입시에서 비수도권 증원 규모는 1012명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지방대보다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만큼 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어나면 지방대는 신입생 모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신입생의 수도권 쏠림 우려에 대해 일부 공감한다"면서도 "첨단 인재 양성(규모)이 필요하고 부족하다는 위기 의식이 있기 때문에 쏠림 우려는 해소를 해 나가야 할 일이고 글로컬대학30 등의 정책을 통해 지방대의 역할과 위상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의대 1497명 증원과 맞물려 이과 합격선 하락 조짐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의과대학 모집인원도 전년 대비 1497명(정원내·외) 늘어나면서 연쇄적인 합격선 하락이 예상돼 왔다.


이런 가운데 이공계에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첨단분야 학과 정원도 순증되면서 의대에 이어 이들 학과의 합격선 하락과 다른 학과의 모집난이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와 첨단학과에 동시에 합격한 수험생은 의대를 택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의대보다는 이공계 합격 점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종로학원이 이날 'SKY' 대학의 첨단분야 입학정원과 계약학과 모집인원을 분석한 결과 전년도 입시(876명)보다 184명(21.0%)이 늘어난 총 1060명에 이른다.

이는 대기업 채용연계형 계약학과 모집인원을 합한 것이다. 계약학과는 현재 12개교에서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가 520명(72.2%)을 선발하고 ▲SK하이닉스 100명(13.9%) ▲현대자동차 50명(6.9%) ▲LG디스플레이 30명(4.2%) ▲LG유플러스 20명(2.8%) 등 총 5개사다.

임 대표는 "SKY 등 상위권 대학의 대기업 계약학과와 첨단학과 증원은 의대 모집인원 대폭 확대와 맞물려 상위권 입시에 매우 큰 영향력이 생긴다"며 "합격선 하락 요인이 추가로 생겼다"고 했다.

임 대표는 "(이런 증원이) 상위권 및 수도권과 지방거점국립대학 등에 집중되면서 일반 지방 사립대는 신입생 모집에 더욱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학생 수 감소 속 신입생 모집 양극화는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전년도와 달리 이번 입시에서 첨단분야 학과 순증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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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