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징역 13년 구형
재판부 "죄책 이상 중한형 불가피"
피해자들에게 위로·응원의 말 전하기도
부산에서 무자본 갭투자로 깡통주택 100여가구를 취득해 임차인 150여 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93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이범용 부장판사는 23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0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이 판사는 "전세사기 범행은 주택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교란하고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그들의 생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라면서 "A씨는 153명의 피해자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합계 193억4550만원 상당을 편취하는 등 그 피해 규모가 매우 크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상당한 재산적 손해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아울러 A씨는 피해 회복에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피해자들은 A씨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사회 첫발을 내딛기 전에 대출금 채무를 부담하게 돼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잃어버린 20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실의에 빠진 신혼부부, 사랑하는 자녀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보며 더한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 부모들의 고통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또 "A씨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처하게 될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이기적인 범행으로 그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게 됐다. 또 피해자의 돈을 편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망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등 범행 수법이나 피해 규모, 사회적 심각성 등을 비춰볼 때 A씨에게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죄책 이상의 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 A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선고 이후 이 판사는 법정을 찾은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판사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셨던 피해자분들의 진술을 직접 청취했고, 제출한 탄원서들을 모두 읽어보면서 깊은 어둠 속에 있는 심정일 것 같다"면서 "하지만 여러분들의 미래에는 또다시 밝은 태양이 떠오를 것이고 지금의 시련은 반드시 지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잘해오신 것처럼 희망을 잃지 마시고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57명으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명목으로 총 193억455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기자본 없이 임대차 보증금과 담보대출금으로 건물을 인수하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깡통주택 190가구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피해자들의 임대차 보증금으로 건물을 인수하거나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는 등 '돌려막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또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위조한 임대차 계약서 36장을 HUG에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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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