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무실서 동일 업무한 두 회사…대법 "경영 연관 있으면 하나로 봐야"

해고 이후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 쟁점
대법 "관련성 인정되면 하나의 사업장"

같은 사무실에서 별도로 설립된 두 개의 회사가 운영되고 있어도 경영상 연관성이 있으면 하나의 사업장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여행사인 A사는 외국 법인인 B사에 인수됐는데, 디지털 관광 비지니스 기업인 C사가 B사를 인수하면서 C사의 종속기업이 됐다.

C사의 종속 기업 중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D사가 2017년 2월 한국영업소를 차렸다. D사는 2019년 3월부터 A사와 같은 사무실에서 운영됐다.

보조참가인 E씨는 2017년부터 A사에 입사해 회계업무를 담당했다. A사는 2020년 7월 코로나19로 인한 불황 때문에 사업 폐지를 준비하고 있어 재경팀 업무가 필요하지 않다며 E씨를 해고했다.

E씨는 서울지방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퇴직일 전 1개월 동안 A사의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이라는 이유로 각하됐다. 당시 A사는 3명, D사에는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근로기준법 11조는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사가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부당해고와 같은 구제신청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E씨는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재심 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는 "A사는 실질적으로 D사 한국영업소와 인사·회계 등이 통합된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됐다"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A사는 중앙노동위의 결정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재판에서 "D사와 독립된 법인으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별개의 사업장"이라며 "M&A 과정에서 C사를 최상위 지배기업으로 두게 되어 우연히 계열사 관계에 있게 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A사와 D사가 사실상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됐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두 회사가 같은 사무실애서 공간 분리 없이 근무하고 동일한 호텔 판매 업무를 수행한 점, D사의 조직도에 A사의 근로자가 기재된 점, A사 근로자가 D사로 전환 근무를 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A사는 1심 판결에 불복했으나,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참가인이 수행하는 회계업무는 D사의 조직 내의 회계·재경 업무와도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고, 이를 통해 D사의 사업목적 및 영업성과의 달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며 "참가인이 근로를 제공한 사업 또는 사업장은 원고 외에 D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별개의 기업조직 사이에서도 실질적으로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고와 D사 한국영업소는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와 D사 한국영업소의 상시 사용 근로자 수를 합산하면 5명 이상이므로, 이 사건 해고에 관해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및 부당해고 구제 신청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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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