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기존 시스템 대신 새 업체 시스템 도입
QR 찍기는 편했지만…기기 오류·보증금 지연 불편도
전북특별자치도가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인 카페 내 다회용 컵 순환에 쓰이는 새로운 반납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보다 오류와 단점이 많은데다 이용자들의 불편까지 가중되고 있다.
지난 7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청사 내 카페. 카페에는 전북자치도가 시행하는 '일회용품 없는 전북' 사업의 일환으로 다회용 컵 반납기기가 배치됐다.
다회용 컵 사용을 요청하면 보증금 1000원을 추가로 지불하고 컵에 음료를 받을 수 있다. 사용자는 반납기기에 컵을 반납한 후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지난해 배치된 기기는 H사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기기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새로운 기기가 배치된다'는 예고가 있었고, 올해부터 새롭게 O사의 기기가 들어왔다.
새로 들어온 기기는 기존에 비해 크기가 커지고, 반납을 위해 필요한 바코드 인식기도 좀 더 커보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기기를 사용해 다회용 컵을 반납할 수는 없다.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기가 꺼져있기 때문이다.
전북경찰청처럼 다회용 컵 반납 시스템이 구축된 다른 곳은 어떨까. 전주KBS 청사의 경우 정상적으로 인터넷 연결이 가능해 반납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기기 화면에 표시된 대로 컵에 있는 QR 코드를 인식기에 찍고, 반납 투입구에 컵을 넣으려 하자 자동으로 열려야 할 입구는 꼼짝하지 않고 굳게 닫혀있었다. 컵을 반납하려면 투입구에 컵을 넣어야 하지만 아예 컵을 넣을 수 조차 없었다.
처음부터 반납 절차를 진행하려 해도 뒤로 넘어가는 절차도 없었으며, 다시 QR 코드를 인식해도 '이미 반납된 컵입니다'라는 메시지만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컵을 반납하지 못한 채 전북도청에 있는 반납기까지 가 정상적으로 반납 절차를 마무리했다.
심지어 보증금 1000원을 돌려받으려면 직접 전화번호를 누른 후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링크로 들어가 계좌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보증금 환급도 바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1일 후에 환급된다고 했다.
기존 시스템이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별도의 입력 절차 없이 반납 즉시 보증금이 들어오는 것을 생각하면 이용자로서는 더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새로 도입한 시스템이 기존 시스템보다 오류와 불편함이 더욱 많은 것이다.
현재 도내에서 이 반납 기기가 설치된 카페는 5곳 정도다. 아직까지도 다회용 컵 이용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반납 시스템에 대한 관리·감독까지 부실해져 자칫하면 더더욱 다회용 컵 이용자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성중 전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부장은 "지난해 반납 시스템을 운영하던 H사가 사업에서 철수해 부득이하게 올해부터 O사의 기기를 이용하게 됐다"며 "다른 지자체를 돌면서 확인하던 중 O사의 기기 시스템이 잘 정착된 곳이 있었다. 예전 시스템도 QR 인식이 안 되는 등 단점이 있었는데, 이번 기기도 아쉬운 점은 있지만 정착만 잘 되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 자원순환팀 관계자는 "기기 오류로 인해 불편을 겪으신 분들이 있다면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아직 설치된지 약 5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설치 당시 O사 쪽에서 테스트를 다 해주신 걸로 아는데, 설치 초기다보니 이런저런 오류 등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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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취재부장 / 유성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