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논리에 항공 안전, 뒷전으로 밀린 것 같아"
"재난상황에서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
"실용적·상징성 중층건물, 도시의 품격을 높여줘"
"송도 경제·도시경쟁력 높이는 역할" 긍정의견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추진 중인 103층(420m 이상) 초고층 랜드마크 타워 건설을 두고 항공기 비행 안전성 문제와 도시 발전의 상징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항공기 비행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은 특히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심화되면서 주민들의 찬반 갈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12일 인천경제청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항공청은 103층 송도 랜드마크 타워 건립과 관련 항공기 비행 안전성 용역을 지난해부터 진행해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비행 절차 변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이번 항공기 비행 안전성을 검토한 용역에서 '실패 접근 상승 각도'를 기존 2.5%에서 3%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전문기관에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조류 충돌 등 비상 상황에서 항공기가 착륙 시도에 실패하고 복행(go-around)하는 경우를 가정해 비행 절차 변경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다.
실패 접근 상승 각도는 비상 상황에서 항공기가 방향을 틀어 상승하는 각도다. 각도가 높아질수록 건축 가능 층수는 늘어나지만 조종사의 부담과 항공기 안전성 우려는 커진다.
기존 2.5%는 비행거리 100m당 2.5m 상승하는 기준으로 설정됐으나 3%로 상향되면 같은 거리에서 3m 상승해야 해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서울항공청은 당초 2.5% 기준을 적용해 건물 높이를 395m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인천경제청에 전달했지만 이후 민간사업자와 송도 일부 주민들의 초고층 요구로 인해 3% 상향 요청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항공 안전성보다 개발 요구가 우선시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 A(60대·여)씨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항공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초고층 타워가 항공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며 "개발 논리에 항공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항공 안전 외에도 초고층 타워가 가져올 환경적·사회적 문제를 걱정하는 주민들도 있다. 송도국제도시 특유의 해무와 강풍, 빛 반사로 인한 불편은 물론 화재나 재난 상황에서의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한 주민은 "송도는 해무와 강풍이 잦은 지역인데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재난 상황에서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박모(33·여)씨는 "교통 체증과 공실 증가 같은 경제적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송도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실용적이고 독창적인 중층 랜드마크 건설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초고층 건물만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용적이고 상징성 있는 중층 건물도 충분히 도시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초고층 타워 건설을 지지하는 주민들은 랜드마크 타워가 송도의 경제적 성장과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성훈 올댓송도 대표는 103층 랜드마크 타워 건설에 대해 "103층이라는 명확한 목표는 단순히 높이를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수치는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송도를 대한민국의 관문 도시로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무원이나 실무자가 바뀌더라도 103층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는 변함없이 남아 있다"며 장기적인 프로젝트에서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으로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랜드마크 타워가 103층으로 건립되면 그 인프라를 통해 다른 경제적·사회적 발전의 기회가 더 열릴 것"이라며 "특히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에 새로운 스카이라인이 형성돼 도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높이가 중요한 것이 아닌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건물 디자인"이라는 의견에 대해선 "그런 제안은 너무 추상적이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송도 랜드마크 타워 사업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실무자들의 잦은 교체로 인해 업무의 연속성이 끊기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며 "디자인 혁신 같은 추상적 가치보다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적 디자인이나 추상적 개념보다는 103층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지키는 것이 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이라며 "사업의 책임감과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103층이라는 객관적 수치는 더욱 필요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인천경제청은 최근 송도국제도시 6·8공구에 추진 중인 랜드마크 타워 건설 높이의 변경없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항공청이 실시한 인천지역 초고층 건축물 비행절차 영향성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랜드마크 타워의 높이 원안을 유지한 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천경제청은 약 1년간의 설계 작업을 거쳐 국토교통부에 비행절차 변경을 요청할 방침이다.
항공청은 연구용역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진행했으며, 항공기 기장 등 항공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만큼 비행절차 변경 승인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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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