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거부권 행사 관측
'국고로 47.5% 부담' 시효 3년 연장 거부하기로
재의시 200석 동의 얻어야 해서 법안 폐기 유력
폐기되면 전액 교육청 부담…"재정에 여력 없어"
정부가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드는 비용 절반 가량을 3년 더 국고로 부담하도록 정한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로 넘어갈 시 법안이 폐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이럴 경우 무상교육 재정은 전액 시도교육청이 부담한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국무회의를 열어 고교 무상교육 총 소요재정 47.5%를 국고, 5%를 일반 지방자치단체가 오는 2027년 말까지 3년 더 부담하기로 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마련된 이 개정안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즉시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가 국회에 재의요구를 행사하려는 법률안은 '정부 이송 15일 이내 국회로 환부해야 한다'는 헌법 제53조에 근거해 15일까지 재의요구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고교 무상교육 부담을 시도교육청이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만큼 재의요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재의요구에 교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재의요구가 된 법률안은 과반수가 아니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300석 중 200석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범 야권 의석이 이에 못 미치는 만큼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이 폐기되면 고교 무상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예비비도 쓸 수 없게 된다.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에는 해당 법안의 의결을 전제로 예비비를 쓸 수 있다고 예산총칙에 명시가 돼 있는 만큼 법안이 폐기되면 효력을 잃게 된다.
시도교육청들은 고교 무상교육의 재원을 당장 전액 부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 악화로 세금이 덜 걷혀 내국세 20.79% 등을 총액 교부하는 교육교부금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돼 예산 여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당장 올해 1학기부터 고교 학부모들이 다시 교육비를 학교에 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고등학교의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는 무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무상교육 비용은 현재 시도교육청이 매년 예산에 학교운영비로 편성해 개별 학교에 교부한다. 이미 교육청이 기존에도 분담해 왔던 몫의 학교운영비 예산을 올해 예산안(교육비특별회계)에 편성해 왔던 만큼 당장 학교에 투입되는 관련 비용이 '0'이 되는 건 아니다.
달라지는 것은 교육부에서 교육청별로 추가로 지급해 왔던 국고 분담액(증액교부금)을 시도교육청이 못 받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부 추계로는 국고만 9447억원 규모다.
다시 말해 교육청들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반드시 이 재원을 다른 곳에서 메워야 하고, 이는 교육청들이 올해 각자 예산으로 편성했던 다른 사업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상교육에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만큼 교육청들의 다른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세수 결손에 대비한 재정안정화기금도 더 빨리 메마를 것으로 보인다.
한 수도권 교육청 관계자는 "국고 재원이 오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려고 계획하고 있었지만 국고가 오지 않으면 당초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법안의 시효를 연장하지 않으면 재원을 마련할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져 정권이 교체되면 다시 국고로 무상교육 재원을 나눠 부담하는 법률 개정이 추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다만 조기 대선 여부와 그 시기는 아직 특정하기 어려워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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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