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포르쉐 사고' 국민청원 감감…허울뿐인 국회 청원?

5만명 동의 얻어 위원회 넘어갔지만 3달 넘게 계류
21·20대 국회도 청원 본회의 채택 4건…실효성 부족

지난해 6월 전북 전주시에서 발생한 '전주 포르쉐 음주 사망사고'에 대해 유가족이 국회전자청원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들의 대한 징계 재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청원은 지난해 10월 소관위원회로 넘어간 뒤 어떠한 진행도 되지 않았으며 기타 다른 청원들도 절차 진행이 지지부진해 사실상 국회전자청원이 허울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전자청원·의안정보시스템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3일 '전주 포르쉐 음주 사망 사고 초동조치 미흡 경찰관들의 솜방망이 징계 재수사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국민동의청원 게시글이 올라왔다.

유족이 청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 청원의 요지는 "전주에서 발생한 음주 사망 사고와 관련하여 경찰의 초동조치 미흡에 대해 징계위원회가 열렸으나 감봉 및 불문경고 처분에 그친 것은 불합리하므로 초동조치 미흡 경찰관들에 대한 재심의 촉구 및 합당한 처벌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한 달의 기간을 두고 그동안 5만명의 국민이 청원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국회 내 담당 위원회로 해당 청원이 넘어간다. 담당 위원회는 해당 청원을 안건으로 상정한 후 내용을 판단해 이를 국회 본회의 안건 회부 여부를 결정, 이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거나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파기되는 절차로 진행된다.

이 청원은 5만명의 동의를 넘겨 지난해 10월2일 소관 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로 회부됐지만 해당 청원의 행안위 회부 이후 3개월이 넘는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행안위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달리 해당 청원만 위원회 안건으로 올라가지 못한 것은 아니다. 제22대 국회 임기 중 등록된 대다수의 청원이 '처리 진행'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직 단 한 건만이 '처리 완료' 상태이지만 이는 청원을 철회 후 좀 더 내용을 보강한 청원을 제출하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가 다른 정책·법안·청원 등을 처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민동의청원이 '찬밥 신세'가 된 것은 이전 회기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국회전자청원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청원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제22대 국회 임기 중 국회전자청원을 통해 접수된 청원은 모두 83건이다. 이 중 앞서 언급한 보강을 위한 '철회'를 제외하면 82건의 청원이 모두 위원회에서 계류중인 상태다.

현재는 임기가 종료된 제21대, 제20대 국회도 비슷한 실정이다.

제21대 국회 임기 중 접수된 청원은 모두 194건. 이 중 1건이 자진 철회됐으며 32건은 소관위원회 안건으로는 상정됐으나 본회의까진 오르지 못했으며 위원회 안건으로도 올라가지 못해 자동 폐기된 청원만 161건이다.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가 채택된 청원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제20대 국회에서도 207건의 안건 중 4건이 본회의에 채택됐을 뿐이었다.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 채 소관위원회에만 안착한 37건 및 자동 폐기된 166건의 청원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

헌법 제26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있다. 국회전자청원 사이트에도 이 조항을 안내하고 있지만 정작 이 청원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이와 같은 청원제도가 국민들의 정치 참여도와 효능감을 올릴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인만큼 홍보와 제도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홍석빈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는 "간접 민주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은 정치 참여를 유도해 정치 효능감을 늘릴 수 있는 제도"라며 "다만 아직 국민들이 이러한 청원제도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 해당 제도에 대한 홍보와 함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신속한 처리를 위해선 청원의 종류에 따라서 동의 조건을 완화 혹은 강화하는 등의 유연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원이 위원회로 넘어간 뒤에도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이나 안건 상정에 대한 전문성 강화도 필요한 부분"이라며 "국회 국민청원과 같은 직접 민주주의 실현 제도로 올라온 청원들은 입법화되는 수가 많아질수록 좋다. 앞으로 관련 기관은 후속 조치 등에 대해서 잘 고민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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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