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직장 동료가 자신이 공금 횡령한 것처럼 꾸민다고 오해, 출근길 자택까지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50대에게 검찰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 부장판사)는 22일 302호 법정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51)씨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사는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전자장치 부착명령 20년, 보호관찰 5년도 명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사는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날 범행에 쓸 도구를 구입하고 미리 무기를 만드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 준비했다. 범행 과정에서 직접 만든 창 형태의 무기를 쓰지 못하게 되자 또 다른 흉기로 무차별 찔러 숨지게 했다. 진지하게 범행을 반성하는 지 의문이 든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믿고 피해자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며,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중형 구형 사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9월9일 오전 7시30분께 광주 서구 한 아파트 단지 복도에서 출근길에 나선 직장 동료 B씨를 붙잡아 넘어뜨린 뒤 흉기로 마구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회사 지사장으로서 실적 스트레스를 받던 A씨는 평소 친했던 B씨가 자신이 공금을 횡령한 것처럼 꾸미고 있다고 오해, 극심한 배신감을 느껴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하루 전 구입한 과도 등을 대나무 끝에 매단 창 형태의 무기를 만들고 치밀한 살해 계획까지 세웠다. 범행 1시간 전에는 B씨가 사는 아파트 가구 앞 복도 주변을 미리 살폈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B씨의 자택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

A씨는 범행 과정에 미리 챙겨간 다른 흉기까지 꺼내들어 B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에는 흉기를 아파트 설비 단자함에 숨겨 놓은 뒤 차량으로 도주, 범행 은폐 시도도 했다.

A씨 측 법률 대리인은 최후 변론에서 "회사가 자신에 대한 징계 절차를 하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극심한 정신 불안 상태에 시달리다 범행에 이르렀다. 일정 상 이유로 정신 감정이 받아들여 지지 않았지만 헤아려 달라. 중범죄를 저질렀으나 민사소송을 통한 배상과 형사 공탁을 통해 유족들에 대한 피해 회복 노력도 하고 있다.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밝혔다.

A씨도 "잘못된 생각과 행동으로 잘못을 저질러 죄송하다. 갈등을 원활히 풀지 못했다. 평생을 뉘우치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반면 피해자 B씨 측 법률 대리인은 "유족들은 범죄로서 배우자와 아버지를 잃고 아직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A씨가 반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형을 유리하게 받고자 하는 자백일 뿐 진심으로 반성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엄벌을 거듭 탄원했다.

A씨에 대한 선고 재판은 2월 17일 오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