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불법 취업을 위해 제주 무사증 제도를 악용하는 외국인들의 수법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무사증을 통해 제주에 입국한 뒤 무단 이탈한 사례가 7건 발생했다.

외국인과 한국인 브로커(중개책) 등 18명이 검거됐고, 이 중 16명이 구속됐다.

무사증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테러지원국 등을 제외한 111개국 외국인이 비자 없이 입국을 허가해주는 제도다. 제주도에 한 해 30일간 체류할 수 있다.

하지만 관광을 빙자해 제주도에 입국한 뒤 상대적으로 검문 강도가 낮은 항만을 통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해경은 전했다.

여객선 승선 예정 화물차에 숨는 수법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브로커 등을 통해 신분증 등 공문서를 위조하고 한국인인 것처럼 속여 이탈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15일 오후 6시54분께 제주항 6부두에서 베트남인 11명(남자 7명, 여자 4명)이 5t 화물차 짐 칸에 숨어 완도행 선박에 탑승을 시도하다가 제주해양수산관리단에 적발됐다.

지난해 7월10일 오후 4시15분께 6부두 입구에서 냉동탑차에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다는 항만 보안부서의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은 탑차 내 아이스박스에 숨어 있던 베트남인을 체포했다.

해당 베트남인은 탑차 운전자에게 250만원을 주고 도외이탈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사이에서 불법 운반을 알선한 외국인도 검거됐다.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제주에서 불법 체류 외국인들의 이탈 행위를 설계한 중국인과 이들의 불법 취업을 알선한 한국인 브로커 등 11명이 검거돼 이중 3명이 구속된 바 있다.

외국인들은 중국인 브로커에게 540여만원을 주고 위조된 외국인등록증을 구입해 여객선 승선원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브로커는 20만~30만원을 받고 육지부로 온 이들을 식당·농장 등에 취업시켜 준 혐의다.

제주지검은 제주와 부산 출입국·외국인청과 제주경찰청과 공조해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제주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빠져나가려던 중국인 9명과 브로커 4명을 검거해 구속기소한 바 있다.

이들은 한화 118만~1128만원을 주고 위챗 등 SNS를 통해 위조된 신분증을 발급받고 목포와 완도행 여객선에 몸을 실으려다가 붙잡혔다.

관계당국 조사 결과 브로커들은 실제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성명, 체류자격, 외국인등록(국내거소신고·영주증) 번호 등 개인정보를 도용해 위조 신분증을 제작했다.

제주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제주 무사증으로 입국한 외국인의 불법 이동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운반·알선 전문 조직과 해외 브로커 가담 등 점차 범죄가 지능적이고 조직화 되고 있다"며 "제주 무사증 범죄 관련 의심 선박·차량 발견 시 가까운 해양경찰서 또는 출입국·외국인청 등 관계기관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