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결함 책임소송' 설명회 예고에 항공참사 유족協 "강력 규탄"

모 로펌, '결함설' 기반한 소송 계획 설명회 예고에 반발
"조사 결과 지켜보고 대응할 것…유가족 현혹 멈춰달라"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일부 법무법인(로펌)에서 사고기 제조사 등을 상대로 결함 책임을 묻는 소송을 미국 현지에서 제기할 수 있다며 공개 설명회를 열려는 시도에 대해 성토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23일 입장문을 내 "유족의 약해진 마음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행태에 대해 해당 로펌들을 강력 규탄한다. 개별 유족에게 접촉해 사건을 수임하려는 행위나 설명회를 열어 현혹하려는 행위를 멈춰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사고조사 과정을 면밀하고 심도 있게 지켜보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여러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의 공정성, 조사 결과의 객관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유가족협의회의 입장은 '사고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현 시점에서 배상·보상 관련 금전적 이야기를 유족 동의도 없이 진행하는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유족들을 향해서도 "로펌의 영업이나 홍보는 변호사들의 자유일 지 모르지만 법률 사무 위임이나 개별 선임은 여러 법률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결정"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한 A 법률사무소는 2월5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제주항공 참사 미국소송 설명회'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A 법률사무소는 기체·엔진 제작사의 설계·제조 관련 증거가 미국에 있는 점 등을 들어 미국 법원에서 제조물 책임 소송을 걸 수 있다며 기체 결함설에 기반한 소송 제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A 법률사무소 외에도 미국 현지 로펌 다수도 직·간접적으로 유가족들에게 배상·보상 관련 소송 제기 의사를 타진하고 있으나 유족 측은 응하지 않고 있다.

광주지방변호사회를 중심으로 꾸려진 참사 법률지원단은 "해당 로펌들의 의도나 취지를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참사의 아픔을 영리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유족들이 마음을 온전히 추스리지 못하고 원인 조사가 한참 남은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오히려 향후 배상·보상을 둘러싼 복잡한 법적 문제와 불필요한 갈등만 야기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선 "공익 소송의 취지가 분명하다면 유족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문제인 만큼 추후 검토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책임 규명의 공론화 차원에서도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유족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는 만큼 공개 소송 설명회 등의 행보는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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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본부 정병철 보도국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