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정치공작-김 여사 거절 못하는 인성 부각
"매정하지 못한 게 문제…재발 않도록 노력"
사과 없는 해명에 논란 해소 여론 지켜봐야
KBS앵커 작은 파우치 표현 대담효과 희석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하면서도 사과는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몰카 정치공작이라는 점을 부각시켰지만 사과 없는 해명이 국민들의 의구심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초 유감 표명이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김 여사가 매정하지 못해 일어난 해프닝인 것으로 축소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KBS 앵커가 명품백을 작은 파우치라는 표현을 사용해 오히려 대담 효과를 희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날 KBS와의 신년 대담을 통해 직접 명품 수수 배경을 소상히 설명하고 "매정하게 못 끊은 게 문제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민의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에서 높게 나타난 윤 대통령의 '사과'나 '유감' 표현은 없었고 '몰카 정치 공작'이라는 점만 강조하면서 논란 해소 여부는 향후 여론의 추이를 키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이날 대담 내용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엮어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경우엔 총선 국면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대담은 사전 녹화해 편집을 거쳐 총 100분간 방송됐다. 용산 대통령실 곳곳을 소개하는 다큐 형식 부분과 앵커와 윤 대통령의 질문과 답변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 대담은 민생·경제·사회·정치·외교 등의 큰 분류에서 총 23개 주제로 진행됐는데 김 여사 명품백 관련 논란은 7분간 다뤄졌다. 질문수 대비 상당 부분을 해당 논란 해명에 할애한 것이다.
앵커가 김 여사가 적극적으로 활동한 개고기 식용금지 캠페인과 해당 법안으로 접근해 명품백 논란으로 질문을 자연스럽게 전환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최 목사의 의도적 접근을 뿌리치지 못한 이유, 논란 영상 촬용에 쓰인 몰래 카메라의 반입 사정 등을 소상히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몰카를 착용한 전자기기가 반입될 수 있었던 데 대해 "용산(한남동)관저에 들어가기 전으로, 사저에 김여사 사무실이 있다보니 주민 불편때문에 검색대를 설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여사가 최목사와 수차례 만난데 대해선 "(김 여사)부친과 동향과 친분을 앞세웠기 때문에 박절하게 대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특히 "저한테 상황을 미리 얘기했더라면, 저라면 조금 더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아쉬운 점이 있다"며 "앞으로는 관저에서 관리가 될 뿐 아니라 선을 분명하게 해서 국민들이 오해하거나 불안해하시거나 걱정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판단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최 목사의 행위가 정치공작임을 분명히 했다. 불법에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김 여사의 부적절한 태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시계에 몰카까지 들고와 이런걸(촬영)했기때문에 공작이다. 또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 이걸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하고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가족과 측근의 비위 예방을 위한 특별감찰관과 제2부속실에 대해선 설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재발 방지 실효성은 없을 거라는 입장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예방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며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해 밀고 들어오는데 그걸 적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제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 밖에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제도나 장치를 통한 예방보다 대통령 가족의 명확한 처신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김 여사가 확실하게 거절하면 앞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에서는 이날 대담과 관련해 대통령으로서의 무게와 신뢰를 잘 보여줬고, 인간적으로도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을 잘 보여줬다고 자체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장 민주당은 대담이 끝나자마자 사과 없는 뻔뻔한 태도에 암담했다는 혹평을 내놓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끝내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며 "대통령의 뻔뻔한 태도가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또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의에 대한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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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