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술 양조, 임진·정유란 때 잡혀간 조선인이 가르쳤다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 문헌·양조장 등 확인

임진왜란·정유재란 때 왜장 사가라 요리후사가 술을 빚는 조선 기술자들을 대거 잡아가 고향에 양조장을 만들었고, 오늘날에도 그 지역 명주로 제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진왜란은 문화 전쟁이다'의 저자 김문길 소장(한일문화연구소·부산외대 명예교수)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에 따라 조선으로 출병한 왜장 사가라의 고향을 방문해 조선인 술 제조 기술자를 잡아간 문헌과 양조장을 견학·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김 소장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는 조선의 기술자를 잡아 오라고 명령했다. 이 명령 문서는 국립고베대학 도서관의 나베시마 사료관이 보관하고 있다.

'조선에서 많은 기술자(細工)를 잡아 올 때 심지어 바느질 잘하는 여자들은 별도 성(도요토미 거처)에 보내도록 하라고 명령했다'는 기록과 함께 '(도요토미의 명을 받은 왜장) 나베시마·사가라는 술 빚는 기술자를 자기 고향으로 데려가 사가라 양조장을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구마모토에서 출병한 가토 기요마사도 정유재란 때 울산성 전투 중 술을 만드는 기술자를 잡아가 고향 구마모토에서 술을 제조토록 했다. 구마모토 주민들은 주조법을 전해준 데 고마움을 표하는 차원에서 서생포 왜성 방문 답례 문화교류 때 빚은 술을 가져온 바 있다.

김 소장이 확인한 사가라 술은 사가라의 고향 구마모토현 히도요시시의 명주다.

김 소장은 "왜장 이름을 딴 사가라 술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울산성 전투에서 전사한 조선인 귀를 베어가 귀 무덤을 만들고 그 지방에 전래시킨 이 술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 조선인이 전해준 기술로 제조해 판매 중인 다양한 일본술, 임진왜란 후 조선인이 가르쳐준 술 담그는 과정을 그린 그림, 왜장 사가라 초상화


가토 기요마사의 조선 진군에 가담한 사가라는 술을 담그는 제조법(발효)을 고향 주민들에게 직접 가르쳤다. 지금도 그가 잠든 혼묘지(本妙寺)에 문화재급 보물관을 만들어 제조법을 보관하고 있다.

가토는 술과 도자기 등 조선의 기술자들로 조선인촌을 만들고 '당인정(唐人町)'이라고 명명했다. 왜인들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당국 조선인'(당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가라가 살았던 구마모토에는 '울산정(蔚山町)' 이 있다.

김 소장은 "구마모토에 가서 버스를 타면 '울산 마치(町)에 내리세요'라고 안내를 한다. 울산마치에 사는 사람은 울산성(姓), 서생성(울산 울주군 서생면에서 온 후손)을 가진 사람이 많다. 전화번호부를 보면 울산마치(蔚山町)에 사는 사람이 수천명 되고 전국에 수많은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사가라 술 종류는 다양하다. 공장을 찾아가 술을 빚는 과정을 보면 조선인이 활약한 역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면서 "옛날 수작업으로 술을 발효시키는 솥이 있고 삭히는 방법, 술을 빚는 과정 기록이 있다. 귀 무덤이 있는 가까운 거리에 여러 양조장이 있고 술 종류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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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