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배운 수법으로 제주서 '중고 사기'…30대 일당 검거

제주경찰청, 사기 혐의 4명 구속송치
주범, 조직서 560여명에 3억7000만원 뜯어
수익 구조 불만…제주서 종교인 사칭 사기

베트남 사기 조직에서 범행 수법을 익히고 고향 제주에서 범행한 30대와 공범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주범 A(30대)씨와 공범 B(20대·여)씨, C(30대)씨, D(30대)씨 등을 구속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제주도민인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선·후배들 공범들과 함께 중고물품 거래앱 '당근마켓'에서 대형 물품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고물품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농촌 지역을 범행 구역으로 설정하고, 이동식 농막, 컨테이너, 크레인 등 고가의 물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속여 편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범행 과정에서 자신들을 '목사' 등 종교인이라고 속여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범행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자들이 구매 의사와 함께 '물품을 확인하고 싶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내오면 '약속이 있다'고 하면서 비대면으로 거래했다.

대면 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구매 의사자 2명을 물품이 있는 장소로 불러 냈다. 서로 구매자인 것을 모르게 한 뒤 마치 1명이 판매자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실제로 판매자로 착각해 거래 대금을 송금한 피해자도 있었다.


이들은 SNS를 통해 개당 5~10만원을 주고 범행에 사용할 대포 통장을 여러 개 마련했으며 범죄 수익으로 가상화폐를 구입했다. 이어 SNS를 통해 가상화폐를 다시 현금화 하는 방식으로 자금 세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7명이고 피해 금액은 2000여만원 수준이지만 추가 피해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범행 3개월간 수 억원에 달하는 범죄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이달 12일 제주시 소재 오피스텔에 위치한 이들의 사무실을 확인해 모두 검거했다.



조사 결과 주범 A씨는 2023년 9월부터 베트남에 근거지를 둔 대형 사기 조직의 판매책으로 활동하면서 범행 수법을 익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직은 국내 유명 중고거래 앱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에서 전국에 걸쳐 사기를 저지른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피해자 563명으로부터 총 3억7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이미 경찰 추적을 받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부 판매책이었던 A씨는 수익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자 조직을 빠져 나온 뒤 지난해 10월부터 이 사건 조직을 새롭게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유나겸 제주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곧 설명절을 앞두고 은행과 택배가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사기를 당한지도 모를 수 있다"며 "중고거래 시 반드시 대면거래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청 홈페이지 내 '인터넷 사기 의심 전화·계좌번호 조회' 등을 통해 피해 신고 이력 등을 확인하고 소액의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안전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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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