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반지하 거주가구를 위한 안전대책' 발표
"'지하·반지하 주택' 일몰제 추진…10~20년 유예기간"
반지하 거주민들 "반지하 없어지면 먼 곳으로 밀려나"
최근 수도권 일대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거주민들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서울시가 앞으로 지하·반지하를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반지하 거주민들 사이에서는 걱정스럽다는 반응이 더 많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반지하 주택이 사라질 우려가 있고, 없애기보다 안전하도록 조치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시작된 폭우로 이날 오전 6시 기준 13명의 사망자와, 6명의 실종자, 1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발달장애인인 40대 여성과 그의 동생 및 동생의 딸 3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고,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는 50대 여성이 빗물이 들이닥치는 집을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폭우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서울시는 앞으로 지하·반지하를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지하·반지하 거주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 서울 시내 기존 지하·반지하 주택에 대해서는 일몰제를 추진,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 나간다는 방침이다.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 이상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으로 용도 전환도 유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반지하에서 거주하고 있거나 거주했던 경험이 있다는 시민들은 주택이 안전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모(69)씨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생활 중이다. 그는 "반지하 주택을 없앨 게 아니라 비가 오면 반지하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순서"라면서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들이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거 반지하 주택에서 거주했던 경험이 있다는 이모(59)씨는 "수십년 전에도 비 때문에 반지하 집이 물에 잠기고 사람이 죽어 나갔는데 지금도 그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반지하 집들을 없애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텐데, 죽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반지하 주택이 사라져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게 될까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릉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서 2년째 거주 중인 이모(60)씨는 "나갈 수 있으면 당장 나가고 싶다. 하지만 여건이 어렵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반지하 생활을 하고 있다"며 "임대료가 저렴한 반지하 방들이 없어진다면 결국 거리가 먼 다른 지역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을 텐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z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