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줄 아세요"…인권위 직원들 '尹 방어권' 안건 저지

국가인권위 '윤 방어권 보장' 안건 상정 논란
직원들 피켓 들고 "사퇴하라" "철회하라" 시위
'안건 발의' 김용원 직원들과 1시간10분간 대치
위원들 논의 끝에 이날 전원위원회 열지 않기로

"내란동조 안건 즉각 철회하세요. 부끄러운 줄 아시기 바랍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골자로 하는 안건 상정을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14층 복도에는 피켓을 든 직원들이 몰려 들었다. 안건을 발의한 김용원 위원이 등장하자 복도는 아수라장이 됐다.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앞)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던 중 규탄 시위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리고 있다. .(사진=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공)

인권위 직원 100여명은 이날 '내란동조 세력은 국가인권위를 당장 떠나라' '무너지는 인권위 직원들이 지킨다' 등 피켓을 들고 "회의를 열지 말라" "김용원은 사퇴하라" "안건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외쳤다.

이날 오전부터 인권위 앞에서는 안건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잇달아 열렸다. 인권위바로잡기공동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건물 1층에서 전원위원회 시작 전까지 농성을 이어갔다.

고민정, 신장식 등 야당 의원들도 인권위를 찾았다. 이들은 안창호 인권위원장 면담 자리에서 "안건은 구속영장, 체포영장을 부정하는 내용"이라며 "간곡히 철회를 요청드린다"고 요청했다.

오후 3시. 2025년 첫 전원위원회 개최 시각이 다가오자 복도에 선 직원들은 "전원위원회를 열지 말라"고 외쳤다.

안건을 발의한 김용원 위원은 오후 2시58분께 전원위원회실 입장을 시도했으나 직원들에 즉각 가로막혔다. 이어 안창호 인권위원장, 이충상 위원이 차례로 전원위원회실 입장을 시도했으나 직원들 반발에 발걸음을 돌렸다.


직원들은 "김용원은 자격 없다. 인권위원 사퇴하라"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내려가십시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 위원은 전원위원회실 앞에서 직원들과 1시간10분 가량 대치했다. 김 위원은 "계엄 동조라는 날조된 소리 하지 말라"며 "언제 탄핵하면 안 된다고 했나. 영장이 제대로 발부됐나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직원들은 "내란은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대통령 인권은 보호하면서 약자 인권은 보호해준 적 있냐"고 따졌고, 김 위원은 "보호해줬다. 이렇게 입장을 막는 것은 폭력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원위원회 방청을 위해 입장해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치가 계속되자 오후 3시50분께 위원장 면담을 위해 전원위원회실을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용원 위원과 "길을 막지 말라"며 맞서기도 했다.

대치가 길어지자 복도 일각에서는 최근 집회 및 시위 현장에 등장했던 가수 로제의 '아파트'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일부 직원들은 노래에 맞춰 '퇴진해' '퇴진해'를 외쳤다.


안 위원장은 오후 4시36분께 다시 전원위원회실 앞을 찾아 "안건에 대해 논의할 테니 회의를 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직원 및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논의 자체를 하지 말아달라"며 안 위원장을 막아섰다.

약 8분의 대치 끝에 안 위원장은 이들 요청에 "알겠다"고 답하며 위원장실이 위치한 15층으로 이동했다.

안 위원장과 상임위원, 비상임위원들은 논의 끝인 오후 5시30분께 이날 제1차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음 주에 다시 전원위원회를 개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당 안건은 김용원·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위원 5명이 공동 발의했다. 안건에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심리에 있어서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할 것' 등을 권고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안건 발의 사실이 알려진 후, 시민사회계와 인권위 내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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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